건설·해체에 보관까지 7조 예상…이용률 낮은 재생에너지 사실상 5배 비싸

고리 1호기 원자력 발전소 해체가 승인되면서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원전 해체 비용이 가시화되게 됐다. 건설비용보다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보관 비용이 더 비싸다는 인식으로 인해 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재생에너지보다 여전히 저렴한 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1호기 해체를 승인함에 따라 향후 12년간 총 1조713억원 투입해 해체 작업을 진행한다. 고리 1호기는 건설비용으로 1조5000억원을 사용했고, 여기에 해체 비용을 더하면 실제로 원전 1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2조6000억원 가량이 된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 상업가동을 시작했고, 최근 지어진 신고리 1호기는 약 2조원을 지출함에 따라, 향후 지어질 원전들은 비용으로 3조원 가량을 반영하는 게 더 정확하다.
해체 비용은 과거에 산정된 금액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2년 유럽감사원은 당시 진행하고 있던 8기 원전 해체 비용으로 53억 유로를 산정했고, 이는 현재 환율 기준 약 8조42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사용후 핵연료 보관 비용을 더하면 원전 1기 건설 후 해체에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두 배 가량으로 커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은 사용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비용으로 1기당 평균 3조14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를 반영하면 우리나라 원전 26기에는 80조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비용 대신 지하에 영구격리 처분이 싸다는 판단에 따라 반영된 금액이며, 토지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원전 1기당 건설비용과 해체비용, 사용후핵연료 비용까지 약 6조원을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세금과 운영비 등을 더한 제반비용으로 1기당 7조7000억원 가량 필요하다고 추산한 바 있으며, 국내 26기 원전 기준으로는 200조원이다.
이 비용은 단가가 비싸다고 알려진 해상풍력발전보다도 크다.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중인 울산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총 37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울상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발전량은 원전 6기와 맞먹는 총 6.2GW(기가와트)다. 이를 원전 26기 규모로 환산하면 약 161조원 가량이 나온다. 특히 태양광과 해상풍력은 우리나라가 유럽과 비교해 아직 단가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단가는 차츰 보급이 확대될수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풍력발전의 수명은 25~30년으로 원전과 비슷하면서도 해체 비용은 MW당 1.87억원 정도로 원전에 비해 싼 편이다. 이를 반영하면 울산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해체 비용은 총 1조1594억원, 원전으로 환산하면 1기당 1932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발전량 대비로도 원전을 비싸다고 말할 수 있느냐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 이용률은 지난해 전북이 14.4%로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풍력은 경북이 23.2%로 최고치다. 이용률은 최대 발전량 대비 실제 발전량 비율이다. 울산이 포함된 경상남도도 20%
특히 풍력발전은 인천이 4.6% 등 편차 크고, 6GW급으로 지어도 실제 발전량은 1GW급에 불과할 수 있다. 즉 울산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은 80% 수준이지만, 원전 6기의 발전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5배 수준으로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며, 반대로 현재 발전량 대비 비용으로는 원전이 재생에너지 대비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한수원에 따르면 고리 1호기 해체 작업은 해체사업은 '해체 준비→주요 설비 제거→방사성폐기물 처리 및 부지 복원'의 순으로 추진되며, 다음달부터 터빈건물 내 설비부터 순차적으로 해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어 2031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한 뒤 방사성계통에 대한 해체를 거쳐 2037년 해체를 종료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