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주주 트러스톤 가처분 신청…자사주 소각, 유동 주식수·거래량 부족 심화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태광산업 석유화학 3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국내 코스피 종목 중 대표적인 '저PBR' 종목으로 여겨지는 태광산업이 신사업 마련을 위해 15년 만에 공식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3200억원 규모 교환사채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3일 태광산업에 따르면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1일 교환사채 발행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법원 판결 전까지 교환사채 발행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태광산업 1일 발표한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있다. 태광산업은 내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는 2011년 이후 태광산업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투자 계획이다.

이에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자사주와 교환 가능한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했다. 태광산업은 27만1769주, 총 발행주식 대비 24.41%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 이는 현재 주가 기준 약 2930억원에 이른다.

트러스톤은 이번 교환사채 발행이 2대 주주의 경영참여를 제한하기 위한 의도라 주장하고 있다.

현재 태광산업에는 주주환원책 제고 외 경영권 분쟁 이슈가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트러스톤이 제안한 이사 후보 3인이 모두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트러스톤은 현재 건강을 이유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이호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한 임시 주총 개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엔 자사주의 향방이 놓여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트러스톤은 성회용 전 태광산업 대표이사 사임 후 주주제안에 대한 논의가 중단됐다는 입장이며, 주주제안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주된 내용이다.

태광산업은 0.2배로 코스피 대표 저PBR 종목이다. PBR은 순자산을 발행주식수로 나눈 주당순자산가치(BPS)로 주가를 나눈 값이다. 즉 발행주식수가 고정돼 있다면 주가가 오르거나 순자산 가치가 낮아져야 PBR이 오른다. 그렇기에 PBR을 올리기 위해선 주가를 상승시키는 데 바람직한 방향이다.

태광산업 주식 구성. 사진/태광산업 공시 자료 
태광산업 주식 구성. 사진/태광산업 공시 자료 

태광산업의 저PBR은 15년 간 정체된 투자로 인한 성장동력이 부족한 게 가장 크며, 이에 따라 태광산업도 이번 투자를 통해 화장품과 에너지, 부동산 개발 사업으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발행한 교환사채 3200억원 중 2000억원을 화장품 사업에 배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태광산업의 산하 자산운용사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가 애경산업 인수전에 있어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맺고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되면서, 화장품 사업을 위해 애경산업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애경산업의 몸값은 대략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에 태광산업이 직접 참여하는지는 현재로선 확인 불가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은 신사업을 위해 올해에만 1조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고, 교환사채를 이를 위한 부족한 유동성을 채우는 성격이란 입장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은 약 2조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중 현금성자산은 5228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892억원으로 당장 가용자금은 7000억원 정도다.

또 태광산업은 4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당장 유동화 확신할 수 없는 자산이 포함돼 있고, 내년까지 대략적인 로드맵 정해진 상황에서 이익잉여금은 자금 마련 방법 중 후순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태광산업은 교환사채 발행금액 중 1200억원을 더해 기존 석화 사업에 5000억원을 투자하고 2공장과 저융점섬유(LMF)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올해 반영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 정비가 늦어질 경우 위기감이 커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와 같은 업황 둔화가 3년 이상 지속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약 50%인 절반 가량 만이 생존 가능한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태광산업의 주가 부양을 위한다면 신사업 투자를 통한 성장성을 제시하면서도 유동 주식수를 늘리는 게 동반돼야 한다. 유안타증권은 태광산업이 올해 3월 코스피 200에 복귀하자 "높은 자사주 지분율과 함께 낮은 유동 물량으로 (코스피 200)발표 모멘텀에 입각한 조기 엑시트가 합리적"이라 지적하기도 했다.

자사주 소각은 단기 주가 상승은 이끌 수 있어도, 장기적으론 유동 주식 물량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소액주주 비율은 14.21%에 그치고 있다. 또 지난 3월 7일 이후 일일 거래량 1만 건 이상 기록한 날은 없으며, 5월 이전만 해도 대부분 1000건 미만을 보일 정도로 유동 주식수와 거래량 자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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