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1년 내내 노사 분쟁 시달리며 경쟁력 잃을 것"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면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제6단체 부회장단과 면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목표로 내세우며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다수의 하청업체를 거느린 대형 제조업체, 이커머스 등 플랫폼, 택배 등 물류업계의 긴장감이 높다. 이번엔 앞서 두 차례나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가 전 정부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무산된 법안보다 강화된 법안이다. 

재계는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시행을 앞둔 상법 개정안과 더불어 노란봉투법까지 통과되면 경영상 부담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7일 정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추진한다.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민생·개혁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란봉투법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 중 하나기도 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 또는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노란봉투법은 총 5건으로, 지난달 23일 민주당 이용우, 조국혁신당 신장식, 진보당 정혜경 의원 등 범여권 43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 유력하다. 해당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1·22대 국회에서 두 차례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전 대통령 윤석열 씨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됐다. 

이번 노란봉투법은 과거 법안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손해배상 청구 제한 폭도 훨씬 넓어졌다. 기존에는 근로자의 범위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로 정의했지만 새 법안에서는 '노조를 조직하거나 노조를 가입한 자를 근로자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용자의 정의 역시 기존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됐지만 새 법안에서는 '근로자의 노동조건 등에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보유한 자', '명칭에 관계없이 원사업주가 자신의 업무를 다른 사업주에게 맡기고, 자기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이행하게 한 경우'로 확대됐다. 

이에 수 단계의 하청을 맡기는 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체나 택배·라이더 등 다수의 특수고용직과 협업하는 이커머스, 택배 등 물류업체 등이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청업체 교섭단체가 원청과 직접 임금단체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되고, 택배 노동자, 라이더 등이 노조만 가입해도 이커머스 또는 택배업체 대표와 단체교섭권이 생기고 파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고자가 노조를 조직해 기업에 교섭을 요청하거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또 쟁의 행위의 범위도 확대되고 기업의 노조와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제한된다. 기존 노란봉투법은 현행법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확대해 임금 및 근무환경에 대한 쟁의권까지 인정했다. 새 법안은 '사업재편 등에 따라 영향을 받는 노동조건과 근로자 지위'도 쟁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조직개편이나 인수합병(M&A)에 관한 사안까지도 노조의 쟁의 행위를 인정한다. 

노조의 파업 등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범위는 크게 축소된다. 폐기된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가 조합원별 귀책에 따라 개별적으로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새 법안은 노조의 의사결정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노조 이외 근로자 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한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모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지만 새 법안이 통과되면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할 수 없다. 

'노무 제공 거부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불가' 항목도 포함되면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노조 존립이 불가능할 때' 역시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더 강력해진 노란봉투법에 경영계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전국 대학교 경영·경제학과 교수 103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기업 경쟁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으로 '근로시간 단축' 31.1%, 노란봉투법 28.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에는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단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경제 관련 법안은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현대차처럼 5000여 협력사를 둔 대기업의 경우 1년 내내 원·하청 교섭 및 소송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이슈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노란봉투법까지 통과되면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기업의 고용 축소, 투자 위축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노란봉투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단절을 선언하고 노동 존중 국정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그 시작은 노란봉투법의 온전하고 조속한 통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민주당은 7일부터 시작되는 7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 보완을 비롯해 방송3법, 농업4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초·중등교육법, 화물안전법 등 40여건의 법안 처리에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