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 동반매수권 행사에 콜옵션 미회신
회사채 미매각 지속되며 자금조달 어려워…CGI홀딩스 매각 수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CJ CGV가 결국 아시아 시장에서 철수한다. CJ CGV의 아시아 지역 지주사인 CGI홀딩스의 2대 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 컨소시엄의 동반매도권(드래그얼롱) 행사 통보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서다.
재무적 투자자(FI)인 MBK·미래에셋 컨소시엄이 가진 17.58%의 지분을 CJ CGV가 되사오려면 약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최근 회사채 미매각이 이어지고 있는 CJ CGV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분석이다. CJ CGV는 아시아 사업에서 철수하며 확보하는 금액으로 재무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J CGV가 FI의 동반매수권 행사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며 '미회신'으로 최종 만료됐다. 이에 MBK·미래에셋 컨소시엄은 CJ CGV의 CGI홀딩스 지분까지 포함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 2019년 CGI홀딩스 지분 28.57%를 3336억원에 사들였다. 그러면서 CGI홀딩스가 2023년 6월까지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홍콩 증시에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고, 실패할 경우 CJ CGV가 수익률을 보장해 지분을 되사주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또 FI가 최대주주 지분까지 합해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 권리가 설정됐다. FI의 안정적 엑시트를 위한 장치다.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선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야 한다. CGI홀딩스는 코로나 여파로 극장 산업이 침체를 겪으며 실적이 추락했고 2022년 100억원, 2023년 193억원, 2024년 24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상장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CJ CGV는 지난해 7월 FI들의 지분 중 8.7%를 1263억원에 재매입하고 드래그올롱 행사 시점을 올해로 연장했지만 결국 남은 지분 17.58%에 대한 인수를 포기하며 아시아 영화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CJ CGV가 아시아 시장을 포기한 것은 최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J CGV는 올해 5월 400억원 규모, 7월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모두 미매각되며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 지난해 3월에도 12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960억원이 미매각 된 바 있다.
여기에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전환사채(CB) 콜옵션 7000억원 규모를 CJ CGV는 감당해야 한다.
지주사인 CJ에서 추가적인 자금 수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지난 2023년 진행한 두 차례 유상증자에 지주사 CJ가 모두 참여했다. 지난해에도 CJ는 CJ CGV에 4444억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CJ와 CJ CGV의 주가는 급락했다.
2015년 한 때 8만9679원에 달했던 CJ CGV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5030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방안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넷플릭스 등 OTT에 밀려 영화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CJ CGV의 실적 반등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 1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줄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매출액 1조 8282억원 대비로는 약 65% 수준에 그친다. 전체 관객 수도 2015년 2억 1729만명에서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5929만명으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1억 2313만명 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2019년 2억 2668만명의 최고점 대비 약 54% 수준에 머문다.
CJ CGV는 전 세계 7개국에서 3412개의 상영관을 운영하는 세계 5위 영화관 체인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83개의 상영관을 운영하며 지난해 매출 2072억원, 영업이익 263억원을 기록했다. 베트남 진출 이후 역대 최고 실적으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CJ CGV 전체 영업이익이 760억원임을 고려하면 CGV베트남의 실적 기여도가 상당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아시아 시장에서 CJ CGV의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매각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순손실을 내며 지난해가지 누적 적자가 2조원을 넘어선 CJ CGV 입장에서는 CGI홀딩스를 버리기 아까우면서도 당장 콜옵션을 행사할 자금 마련이 난망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채가 연속적으로 미매각 되는 상황에서 CJ CGV가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차라리 좋은 가격에 글로벌 투자사에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 CGV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622.3%에 달한다. 이마저도 2023년과 2024년 모회사 CJ의 자금 수혈로 1100% 수준이던 부채가 많이 줄어든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