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이어 정책펀드 참여·교육세 인상까지 요구
은행권 "자율성 보장 필요"…2금융권은 "여력 없다"

소상공인 부채 탕감에 이어 첨단산업 지원 정책펀드 참여, 교육세율 인상까지까지 금융권을 향한 정부의 상생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은 건전성 관리와 사회 환원이라는 어려운 줄타기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2금융권은 누적되는 부담에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배드뱅크' 설립과 100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육성 정책 펀드, 금융·보험회사 교육세율 인상까지 금융권에 참여를 요구하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자 수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은행들은 정부의 사회 환원 압박을 마냥 무시하기 어려운 상횡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은행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 놀이' 대신 투자 확대에서 신경 써 달라고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정책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에 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6월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은행 산업이 금융시스템 안정과 실물경제 지원의 핵심이자 국민 생활과 밀접해 높은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은행 공공성에 대한 과도한 요구로 위험 관리가 왜곡되거나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가격(금리 등) 결정, 배당 정책, 점포 전략 등 경영 전반에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권도 대형 금융·보험사의 매출액에 부과하는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인상한다는 방안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전체 회원사를 대상으로 과세표준(과표) 구간 및 세율조정, 수익종류에 따른 차등세율 적용 방안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권은 손해보험 5개사와 생명보험 6개사 기준으로 3500억원가량을 교육세로 추가로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대출 금리나 보험료 인상 등 부담이 금융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들과 달리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저축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사 등은 반발이 크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대출 등의 여파에서 이제 막 회복하거나 일부는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금융권사라는 이유로 같이 분담을 요구받는 데 불만이 나온다.
그러나 배드뱅크를 통해 소각하는 대상인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의 상당 규모를 2금융권이 보유하고 있어서 2금융권도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는 분위기다.
다만 부실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부업계에서 배드뱅크의 채권 매입가를 두고 이견을 내는 등 구체적인 재원 분담금과 채권 매입가 등을 정하는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충돌 발생이 예상된다.
현재 배드뱅크는 연체 7년 이상의 부실 채권을 일괄적으로 5% 가격에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실제로 대부업계는 보유한 연체 7년 이상 채권의 매입가가 최소 액면가의 25% 이상인데도 이를 5%에 매각하라는 요구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대부업체들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 1금융권 대출을 열어주거나 코로나 채권 매입을 허용하는 등 등의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