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합의문에 'SMR 검증 뒤 수출·50년 로열티'
UAE원전 수익률 적자 전환…한전·한수원 법적 공방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어 최근 체코 원전 건설사업권을 따내며 글로벌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 ‘K-원전’에 먹구름이 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어 최근 체코 원전 건설사업권을 따내며 글로벌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 ‘K-원전’에 먹구름이 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에 이어 최근 체코 원전 건설사업권을 따내며 글로벌 영토 확장을 하고 있는 ‘K-원전’에 먹구름이 꼈다. 바라카 원전 누적 수익률이 –0.2%로 떨어지며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월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 한국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9일 한전의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따르면 'UAE 원전 사업 등' 항목의 누적 손익이 마이너스 349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누적 수익률은 -0.2%로 떨어졌다. UAE 원전 사업의 누적 손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사업의 누적 손익은 2023년 말 4350억원에서 지난해 말 722억원으로 급감한 뒤 올해 상반기에 적자로 돌아섰다. 누적 수익률도 2023년 말 2.0%에서 2024년 말 0.3%로 낮아진 뒤 결국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총 4기로 구성된 바라카 원전은 이명박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9년 한국이 처음 해외에서 수주한 원전이다. 수주 금액은 약 22조6000억원이었다. 2021년 1호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4호기까지 순차적으로 상업 운전에 들어갔으며 현재 발주처와 주계약자인 한전이 종합준공을 선언하기 위한 최종 정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UAE 원전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은 공기 연장으로 분석된다. 애초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실제로는 2024년에야 마지막 4호기가 완공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들어간 비용을 놓고 현재 한전과 한수원이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한전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과 추가 작업 지시로 10억달러, 약 1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이를 정산해달라고 요구하는 '클레임'을 한전에 제기했다. 지난 5월에는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한전을 상대로 10억달러의 추가 공사 대금을 정산해달라는 중재 신청도 냈다.

반면 한전은 '팀 코리아' 차원에서 UAE에 추가로 더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재 한전은 한수원이 주장하는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비 중 10% 수준인 1700억원 정도만 충당부채로 잡아 재무제표에 반영해둔 상태다. 또한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발주처인 UAE에 추가 비용을 받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 웨스팅하우스와 밑지는 합의

이 외에도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제동을 걸고 나온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체결한 합의문이 문제가 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글로벌 합의문'에는 한국 기업이 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조건이 들어갔다.

한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SMR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한 기존 대형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자사 기술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 검증 결과에 이견이 있는 경우 미국에 소재한 제3의 기관을 선정해 기술 자립 여부를 검증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 등이 원전을 수출할 때 1기당 6억5000만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웨스팅하우스와 맺고, 1기당 1억7500만달러(약 24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내는 조항도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계약 기간이 50년으로 설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 등은 “너무 밑지는 장사를 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원전 수주를 위한 글로벌 경쟁 과정에서 수익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가 수주 전략을 펴는 것이 일반적인데, 웨스팅하우스에 상당한 규모의 로열티와 일감을 떼어주면 이익이 더 줄어들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 수출에 발목이 잡힐 수 있어 분쟁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리스크를 없앤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합의문에 조금 과도한 것이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50년 계약은 상황 변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SMR에 관한 조항도 무조건 웨스팅하우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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