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등사 가처분 신청…9월 주총 대표이사 해임 건 표심 밑작업 의혹
현 경영진 횡령 혐의·이 회장 핵심 사업 사유화 시도…피해는 일반주주 몫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9월 개최될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동성제약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오는 9월 개최될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동성제약

동성제약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표이사 해임 건 등의 안건이 상정될 임시주주총회에서 77.65%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향후 기업 운명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성제약은 주주명부등사가처분 신청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가처분 청구 원고는 이양구 동성제약 전 회장의 지분을 전량 가진 주식회사 브랜드리팩터링으로, 동성제약은 사건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7영업일 동안 주주명부(2025년 7월 1일 또는 8월 13일 기준 실질주주명부 포함) 열람과 등사를 허용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 불이행일당 5000만원의 간접강제금도 지급해야 한다. 동성제약은 볍률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최근 불거진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동성제약이 오는 9월 12일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예고한 가운데, 이 회장 측은 소액주주 표심을 겨냥한 선제적 포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해임안, 신규 이사 선임안 등 경영진 교체 관련 안건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동성제약의 경영권 분쟁은 재무위기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기업은 지난 2018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 전 회장은 대표직을 물러나며 조카 나원균 현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그럼에도 재무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성제약의 유동자산은 601억원인 반면 유동부채는 896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넘었다. 부채비율 역시 264%로 전년 말 175%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는 2월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동성제약은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고, 상상인저축은행이 이를 인수했다. 해당 자금을 운영과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CB 발행 3개월 만에 1억348만원의 전자어음 발행 부도로 인해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절차개시신청 이후에도 5월 13일부터 현재까지 14건의 부도가 발생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며 재무 개선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6월 동성제약 감사는 나 대표를 포함한 등기임원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579억원의 30.6%에 달하는 177억원을 횡령·배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해, 동성제약은 거래정지 상태가 됐다. 이달 14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기업심사위원회는 오는 2026년 5월 13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지만, 현 경영진에 대한 주주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 전 회장은 CB 발행과 횡령·배임 혐의 등을 이유로 경영권 탈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복귀하더라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분쟁 당시 나 대표가 경영을 맡은지 6개월에 불과해 누적된 리스크를 해소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설득력이 약하다. 여기에 최근 이 전 회장이 동성제약의 핵심 미래 신약 사업 '포노젠'을 개인적으로 사유화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 4월 이 전 회장은 보유한 지분 14.12%(368만 주) 전량을 소연코퍼레이션에 120억원으로 매각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소연코퍼레이션은 계약 7일 만에 매수인 지위를 마케팅 기업 브랜드리팩터링에 이전해 기존 계약 내용을 그대로 승계시켰다. 해당 거래 계약에는 이 전 회장이 지정한 동성제약의 화장품, 포노젠 사업부문을 분사해 직접 인수하거나 타 업체에 이전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이 개인 사업으로 이 사업들을 상업화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포노젠은 동성제약이 개발 중인 차세대 항암 신약으로, 빛에 반응하는 광민감제의 특성을 이용해 정상 세포를 보호하면서 암세포만 사멸시키는 광과민제다. 동성제약은 지난 2017년 대구암센터를 설립하고, 췌장암 PDT(광약학 치료)·복악암 PDD(광역학 진단)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22년에는 연세의료원과 PDT 연구센터를 출범해 연구 속도를 높이고, 현재 임상2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항암 분야는 많은 제약사들이 개발하는 분야로, 포노젠은 향후 동성제약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포노젠을 외부 자산으로 유출하려는 한 시도는 해당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일반 주주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동성제약이 10년 넘게 투자해온 핵심 파이프라인인 만큼 개인 차원에서 사유화 돼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예정된 주총에서 나 대표·이 전 회장 모두 주주 환심을 사야하지만, 양측 모두 리스크를 안고 있어 그 부담이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상반기 기준 동성제약의 지분율은 브랜드리팩터링 11.16%, 나 대표 2.88%, 자사주 7.33%, 기타 소액주주 77.65%로 집계된다. 따라서 임시주총의 표 대결이 향후 회사의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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