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 수용 총력전 나선 재계 "절박한 상황, 최소한의 요구"
"'사용자 대상 확대·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반드시 막아야"

노조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노조법 개정 반대 경제계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경영계가 노란봉투법 수정안 수용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서한을 보내 '사회적 대화'를 요청했다. 경제 6단체는 18일 수정안 수용 촉구 기자회견에 나선데 이어 19일에는 '경제계 결의대회'까지 개최하며 노란봉투법 수정안에 힘을 쏟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하는 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여당은 경영계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으며, 6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보완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한국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는 19일 '경제계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노동조합법 개장안 수정을 촉구한다. 

여당은 오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2차 상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교육방송공사법(EBS법) 등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예고하고 있지만, 범여권이 필리버스터를 24시간마다 강제 종료할 수 있는 의석수를 이미 확보한 만큼 쟁점 법안들의 처리는 가능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계는 크게 3가지 수정안을 제시하며 '최소한의 요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개정안에는 노조법 2조 2항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용자의 대상 확대에 따라 근로자와 직접 고용을 맺은 업체 뿐만 아니라 해당 업체를 통해 실질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원청 업체도 사용자로서의 의무가 발생한다. 즉 하청 업체 노동자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권 등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여당과 노동계는 하청·도급 등의 간접고용 형태가 산업계에 자리잡은 현재 이같은 제도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빈번한 파업 및 단체 교섭으로 영업활동이 어려워 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수많은 하청 업체와 직접 교섭에 나서다가는 일 년 내내 단체교섭만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산업 구조상 하청 관계가 많은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계의 우려가 크다. 

여기에 원청과 하청 간 실질적 지배력을 두고 사용자 지위 여부를 확인하는 노사간 소송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수백 개의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산업 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하청 노조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은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도 경영계가 크게 경계하는 부분이다. 개정안에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지위 등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요건 외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까지 정당한 쟁의 행위에 포함시키는 조항이 들어있다. 

노동계는 공장 폐쇄, 사업 철수, 사업장 이전 등 노동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항들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에서는 이같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정당한 경영상 결정이 위축되거나 침해될 것으로 우려한다. 

가령 해외 진출에 따른 현지 생산시설 투자 및 생산 국가 전략 변경 등의 결정에 노조가 일자리 감소 혹은 일감 축소 등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제조업의 미국 현지 생산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조항이 수출 기업들의 해외 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쟁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제한도 관건이다. 기본 노동조합법에는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만 인정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항해 근로자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는 배상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생산시설 파괴 등 쟁의 행위시 노조의 과격 행동이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쟁의의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안은 지난 2009년 쌍용차 구조조정 당시 이에 반발하며 파업한 노조원들에게 법원이 47억원의 손해배상액을 판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액을 인정하면서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노동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따라서다. 

경영계에서도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책임을 물리는 것보다 손해배상액 상한 별도 지정 혹은 급여 압류 금지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의 유예기간을 여당의 6개월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충분한 기간을 두고 산업계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계가 모두 뭉쳐 이렇게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그만큼 우려가 크다는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글로벌 경영환경이 불혹실한 상황에서 경영계와 정치권, 노동계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정안 수용 총력전 나선 재계 "절박한 상황, 최소한의 요구"
"'사용자 대상 확대·노동쟁의 개념 확대'는 반드시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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