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730조원 내외…8~9%대 지출 증가율 예상
과학기술 중심 저성장 타개 목표…사회복지·국방예산도 ↑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대폭 증액 편성할 전망이다. 전 정부가 역대 최소 재정 증가율을 부각했던 것과 대비되는 확장재정 기조이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리스크가 한계치에 다다른 현실을 고려해 재정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9월초 국회에 제출하는 타임라인에 따르면 8월 마지막주인 이번주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편성하는 첫 본예산이다.
한국 경제가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성장동력이 꺼지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 하에 성장과 직결된 분야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한다는 기류다. 적극재정 기조에 따라 총지출은 큰 폭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첫해 7.1%를 시작으로 매년 8~9%대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했던 문재인 정부의 궤적을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정부에서는 첫해 편성한 '2018년도 본예산'의 지출 증가율 7.1%를 시작으로, 2019년도(9.5%)·2020년(9.1%)·2021년(8.9%)·2022년(8.9%) 모두 8~9%대 증가 폭을 이어갔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가파른 확장재정에 시동을 걸었던 셈이다.
최소 7%·최고 9%대 중반에 달하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경로를 따라간다면,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도 지출 증가율이 대략 8~9%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 673조3000억원 보다 60조원가량 늘어난 730조원대 안팎에 이르게 된다.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으로 총지출이 702조원까지 불어난 것을 기준점으로 삼더라도, 4%가량의 증가율이다. 정부가 지난주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내년도 경상성장률 전망치(3.9%)만큼의 증가율이 적용되는 것이다.
재정당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이런 대규모 재정소요와 무관치 않다. 최근 기재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총액 기준 27조원가량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며 "역대 최고 수준의 절감액"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구조적인 저성장을 타개할 성장 분야에 재원을 집중한다.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AI) 분야가 대표적이다.
R&D 예산과 관련해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35조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편성됐다"며 "(기존 대비) 20%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AI 부문에서는 경제성장전략 선도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피지컬AI 세계 1등'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완전 자율주행차·자율운항선박·자율비행드론, AI가전, AI팩토리, 온디바이스 AI반도체 등 기업부문의 AI프로젝트를 총력지원하는 예산사업이 비중있게 반영될 전망이다.
이외 극단적인 양극화의 부작용을 낳고 있는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예산사업에도 상당액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화폐 예산도 확대되며,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 급증 구간에 진입한 사회복지 예산도 크게 늘어난다.
국방예산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요구대로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을 맞추려면 국방예산을 약 132조원으로 지금보다 배 이상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요구에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한미동맹 차원에서도 상당액 증액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