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도 노조결성·단체협상 가능
프차 가맹점주·플랫폼 노동자·마트 협력업체 등 주목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투쟁선포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투쟁선포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된 지 이틀만에 산업 현장 곳곳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는 집단 소송을 예고하며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나섰고, 협력업체 및 특수고용직이 많은 대형마트·프랜차이즈·플랫폼 등 유통·식품업계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향휴 6개월이 법 시행 준비기간을 거쳐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 요건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고 쟁의 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한된다. 노동자의 처우와 관계되는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조항도 일부 완화된다. 

노란봉투법에 대해 노동계와 여당은 노동권이 제한되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개선하는 필수 법안이라는 입장이고, 야당과 경영계는 경영활동 위축과 경쟁력 상실이 우려되는 '경제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법안이 통과되면서 경영계의 우려가 일단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하루만인 25일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조합원 1890명 명의로 현대제철을 상대로 집단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현대제철이 중간에 자회사를 둔다고 해서 불법파견 범죄행위가 없어지지 않는다"라며 "자회사를 통해 노동착취구조를 영구히 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직접 고용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경영계에서는 현대제철을 시작으로 자동차·조선 등 복잡한 하청 구조를 가진 제조업 전반에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집단소송 뿐만이 아니라 하청이 원청과 직접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원청과 하청의 지위 확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요구하는 재판도 잇따라 벌어질 것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유통업계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비정규직이나 개인사업자 등도 노조를 꾸려 교섭단체가 될 수 있다. 이에 기업 주도로 상생협의체를 꾸려 온 업체들이 정식 노조와 단체교섭에 나서야 할 수 있어서다. 

대형마트의 경우 청소·보안·배송 등에서 협력업체들과의 거래가 많다. 치킨·피자 등 프랜차이즈의 경우 각 가맹점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본사와 교섭에 나설 수 있다. 쿠팡이츠나 배달의민족과 같은 플랫폼은 특수고용 신분인 배달 노동자의 조직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역시 입점 셀러들이 단체 구성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주들과의 정기 간담회를 진행하거나(bhc), 동행위원회를 출범(BBQ)시키는 등 상생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간 본사와 가맹점주들 간의 갑질 논란 및 차액가맹금 분쟁 등으로 빚은 갈등을 함께 풀어가는 상생경영의 일환이다. 하지만 기업이 나서 꾸리는 협의체와 가맹점주들이 직접 뭉쳐 조직하는 노조와의 단체교섭은 사정이 다르다.

청소·보안·배송 등 외주 용역업체 의존도가 큰 대형마트도 수많은 협력업체와 일일이 단체교섭에 나서는 것은 큰 부담이다. 

관건은 원청 격인 기업이 하청 혹은 협력업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얼마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다. 개정된 노조법 2조 2항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애매한 표현으로 지휘 확인 소송 남발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이미 비정규직 노조가 조직된 제조업보다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이 당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구조적인 문제여서 앞으로 한동안은 관련 판례가 쌓이는 등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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