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과 등록 말소까지 포함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건설업계와 중소기업계가 우려가 잇따른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자에게 치중된 처벌 중심의 대책은 산업 위축이 불가피하단 지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전날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연간 3명 이상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 과징금 부과 ▲ 3년간 영업정지 요청을 세 차례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등록 말소 처분 ▲영업정지 요청 요건에 ‘연간 다수 사망’ 추가 등의 강도 높은 제재가 담겼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 발생 사실을 상장사의 공시 의무에 포함하고, 대출·투자 심사와 분양보증 등 금융거래에도 반영하도록 여신심사 기준을 강화한다. 산업재해 이력이 기업의 신용등급과 투자 유치에 직결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건설업계 “현장 고려 없는 처벌 중심 대책 한계 뚜렷”
이를 두고 중대재해 발생 비중이 높은 건설업계에선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재해 예방 대신 사업주 처벌 중심의 제재 강화가 사망 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크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 예방이란 목적에는 어느 회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만, 건설사가 모든 안전 조항을 지키더라도 한계는 있다”며 “근로자의 규칙 준수 여부나 질병‧개인사로 인한 사고는 어떻게 해야 하나”며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과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상충된단 지적도 나온다. 공사비 상승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안전 리스크까지 증가하면 대형 건설사는 사업 철수를,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폐업을 단행할 수 있어서다. 결국은 주택 공급 속도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과징금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종합대책에선 영업이익의 5% 이내, 하한액 30억원의 과징금을 제시하고,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공공기관이아 영업손실을 겪고 있는 회사에는 하한액을 매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의 5%는 대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형사들에게도 상여금 등 복지를 몽땅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고, 지방에는 연간 이익이 30억원은커녕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건설사들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건설업에 남으려고 하겠나”고 토로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도 발주자에게 적정 공사비 산정과 공기 확보 의무를 부여한 부분은 긍정적으로 본다. 지금까지 사고 책임이 시공사에 집중됐지만, 앞으로는 발주처도 안전 책임을 나눠 지도록 제도화되서다.
◆“안 그래도 납기 준수‧수출 어렵다” 중소기업 하소연
이번 대책을 통해 중대재해 발생을 인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사유에 포함할 수 있는 업종을 건설업 외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제조 등에 종사하는 중소기업계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문을 통해 “소규모 사업장 지원과 인센티브 확대가 포함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예방 여력이 부족한 사업장을 점검 즉시 처벌하는 방식은 현장의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더해 감독‧제재 등 필요 이상의 엄벌주의적 접근이 생산량 감소, 납기 지연, 수출 경쟁력 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했다.
건설‧중소기업의 공통된 목소리는 ‘사업주 책임만 강조해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다.
안전수칙 준수를 강화하고 근로자 스스로도 안전의식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병행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영계 역시 정부에 제언을 내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업재해 감소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며 “엄벌주의 기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원·예방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