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비엠·포스코퓨처엠·LG화학 등 빨라야 2026년 가동
"수요-공급 미스매칭" 가격 경쟁력 하락…전기차 보조금 조기 폐지로 위기감 더 커져

미국 시장 리스크를 현지 공장으로 타개하려는 배터리셀 업체들과 달리, 해외 공장을 보유하지 못한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위기가 전방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대표 2차전지 소재 업체인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LG화학, SK넥실리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은 현재 미국에 가동중인 공장이 전무하다.
이중 LG화학만 2026년 중 미국 양극재 공장의 양산을 추진 중이며, 에코프로비엠은 캐나다 공장 건설 공사를 일시중단했고, 포스코퓨처엠은 캐나다 공장의 2단계 증설을 연기했다.
전방산업인 배터리셀 업체들이 공급과잉 우려가 나올 정도로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소재 업체들의 사업 전략은 거리감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와 테네시 공장을 가동 중이며, 현대차·기아(조지아), 혼다(오하이오)와의 합작 공장도 내년에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SDI는 인디애나에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을 가동 중이며, GM과는 2027년부터 합작공장을 운영한다. SK온은 포드와 켄터키 공장 가동 중으로, 테네시와 현대차·기아와의 합작공장인 조지아 공장은 2027년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차원에서 배터리셀 업체들이 미국 생산량을 늘려고, 소재 업체들의 현지 공장 부재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가격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는 중국 배터리 업계가 미국 외 시장에서 이미 점유율을 올리며 증명하는 중이라 더 위기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외 지역에서 중국법인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39%다. 이는 2022년 26% 대비 13%p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국내 업체는 54%에서 38%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중국 외 지역 점유율은 처음으로 중국 업체들로부터 역전당했다.
유럽에서도 소재 업체들의 투자는 늦은 감이 있다. 가장 빠른 계획은 올해 하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코프로비엠 헝가리 공장이며, SK넥실리스 폴란드 공장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페인 공장은 각각 내년과 내후년 가동을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시장 수요와 보조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4분기부터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시점을 앞당겨 올해 9월 30일까지만 지급하며, 이에 따라 올해 4분기부터는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GM과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감산을 계획 중이며, 현대차·기아는 조지아주 신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물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수요 감소는 확실시되고 있지만, 소재 업체들의 단기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지금 공장을 지어도 몇 년이 걸리지만, 투자여력도 부족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상반기 말 유동자산이 3000억원 감소했고, 이중 대부분이 현금성자산에서 축소됐다. 또 단기차입금도 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에코프로비엠 또한 단기차입금이 2500억원 가량 늘어나면 투자를 늘리는 데 부담인 상황이며, 엘앤에프는 재무상황은 더 악화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LFP 법인을 국내에 설립하며 역시 투자를 확대하기 어렵다.
한신평은 "배터리셀 업체들도 관세의 간접적 영향을 받으며, 이익 완충력이 낮아 소재 업체들에 대한 판가 인하 압력도 커질 것"이라며 "생산시설 투자 기간, 투자 여력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관세에 대한 뚜렷한 대응 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