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TF 당정협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등 경제형벌 합리화에 나선다. 과도한 형사 처벌보다는 보상·배상 등 민사를 통한 경제적 처벌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과 정부는 30일 오전 당정협의를 통해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경제형벌 규정 110개를 우선 추진 과제로 마련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 단장 권칠승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형벌 만능주의 규제를 합리적으로 추리고, 민사책임을 강화해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 경영 판단·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주들이 형벌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 배임죄 역시 이런 원칙이 적용될 것"이라며 "제재 필요성이 있더라도 형벌이 필요 없는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줄이거나 피해자 구제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손해배상제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영계가 요구해 온 배임죄는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따르거나 주의 의무를 다한 사업자는 처벌을 받지 않도록 했다. 제재 필요성이 있는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로 바꾼다. 혹은 실질적으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손해배상으로 전환한다. 경미한 의무 위반은 과태료를 부과한다. '원상복구명령' 등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때 형벌을 부과하는 방식도 적용한다. 

형사 처벌 대신 민사 책임은 강화한다. 디스커버리 제도로도 불리는 증거개시 제도가 대표적이다. 증거개시 제도는 소송 상대방이 가진 자료, 문서, 정보 등을 법원이 강제로 제출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기업과 개인 간 소송전, 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송전에서 정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제도로 평가된다.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집단소송제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에서 일부 피해자가 대표로 소송에서 이기면 다른 피해자들도 동일한 판결 효력을 받는 제도다.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이 허용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이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을 검토중에 있다. 

이에 법무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대체 입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TF에 참여한 오기형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이복현 전 금감원장도 배임죄 폐지를 말했고, 재계에서도 배임죄 폐지를 많이 말했다"라며 "배임죄 폐지 논의를 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입법·집행 공백이 없도록 대체 입법이 가능한지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근 의원은 "상법상 충실 의무를 주주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해 재계가 받아들이더라도 이 내용이 배임죄 확대로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는 게 최근 학계의 논의"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합리적 경제형벌 민사책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선고된 배임죄 1심 판례 약 3300건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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