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유언대용신탁 잔액 4조원 육박…2020년 대비 4~5배 성장
자산가 위주 시장 중산층으로 확대…가입금액 낮추고 서비스 다양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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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이 소액부터 가입 가능한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상속 설계 시장이 대중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인 가구가 늘고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베이비붐 세대가 시니어에 진입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 8월 기준 3조 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3조 5072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2020년 말 기준 88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5년 만에 4~5배 이상 성장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는 살아있는 동안 수익자로서 신탁의 이익을 누리고, 사망 후에는 미리 정해둔 수익자 혹은 상속인에게 정해진 방식으로 증여 및 상속을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현금, 증권,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이 신탁 가능하다. 기존의 유언장과 비교하면 가입이 간편하고 상속 방식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내용 변경도 용이하다.

유언장이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유언자와 증인 2명이 참석하고 공증인의 승인과 서명이 필요하다. 자필 유언장일 경우 본인의 자필 서명과 날짜, 주소, 성명 기재 후 날인을 해야 한다. 또 생전 의사 표현이 명확한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증명돼야 법적 효력을 지닌다.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이용하는 경우 이같은 절차가 크게 간소화되고 상속 방식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피상속인과 은행의 계약이 유언과 거의 같은 효과를 갖는다. 다만, 유언장은 민법, 신탁 상품은 신탁법에 따른 계약 행위로 법적 배경엔 차이가 있다.

신탁 상품을 활용하면 상속인을 다양하게 지정할 수 있고, 용돈이나 연금처럼 상속 재산의 분할 지급도 가능하다. 수익자가 미성년자나 장애인 등 재산관리 능력이 부족한 경우,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 위탁자(고객)이 살아있는 동안 자산을 운용해 추가 수익 창출도 할 수 있다. 신탁 재산은 비밀 보장이 돼서 사생활 보호 효과도 있다. 

다만, 신탁 재산이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지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신탁재산은 계약으로 인해 상속인이 아닌 신탁회사에 귀속된 것으로 상속재산이나 특별수익이 아니라는 판례와, 처분권한에 대한 권리만 신탁사에 넘긴 것이고 증여가 아니기 때문에 상속인이 신탁재산을 받는 경우 민법에 따라 유류분 산정을 해야 한다는 판례가 동시에 나오면서다. 

결국 유언대용신탁의 상속의 성격과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제조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속 설계 시장이 확대되며 은행권은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최소 가입 금액을 크게 낮추고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기존 10억원이던 최소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낮춘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별도의 법률 절차나 유언장 작성 없이도 유언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은행도 가입 기준을 1000만원으로 낮춘 '우리내리사랑 안심신탁'을 선보였다. 

신한은행의 'S Life Care 유언대용신탁'은 가입금액 기준을 사실상 없애고 수수료도 크게 낮췄다. 지난 8월 출시한 금전기본계약 상품 역시 최소 가입금액 제한이 없다. 하나은행은 가입금액을 100만원으로 낮춘 상품 라인업을 신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시니어 세대 공략이 본격화되며 유언대용신탁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라며 "기존 유언에 의한 상속보다 편리하고 설계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류분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신속한 제도 정비가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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