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오리온수협 출범…해외 공장서 조미김 등 생산
"중소업체 존립 어려워져"…김 가격 상승 우려도 제기

수협중앙회와 오리온이 내달 김 가공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밝혀 현지 중소업체들이 시장 독과점 우려를 제기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수협중앙회와 오리온은 어업회사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하고, 수협의 수산물 공급 능력과 오리온의 글로벌 제조·유통 역량을 결합해 수산물 수출 1위 품목인 김의 글로벌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12월 중순에 전남 목포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허가 절차 때문에 설립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오리온수협이 자리할 목포는 목포수협의 마른김 가공공장이 곧 완공되는 지역이다. 오리온수협은 내년에 조미김과 김스낵 등을 생산할 해외공장 건설 작업을 시작할 계획으로, 오리온 해외법인이 있는 나라 중 러시아에 공장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수협과 오리온은 지난 9월 50대 50 지분율로 총자본금 600억원을 출자해 오리온수협을 설립하는 내용의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수협이 마른김 등 수산물을 공급하면 오리온수협이 이를 활용해 조미김과 김스낵 등 제품을 만들어 오리온에 납품한다. 오리온은 제품의 브랜드화와 국내외 판매를 맡는다.
식품업계에선 이미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풀무원 등의 대기업들이 김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다만 오리온수협의 경우 수협과의 합작이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중소 규모의 김 가공업체와 수출업체들은 공익 목적의 사업을 해야 할 수협이 대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현지 중소업체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양태용 한국김수출협회장은 참고인으로 출석해 "수협과 오리온이 합작해서 뛰어든다면 존립할 수 있는 영세기업은 아무도 없다"면서 "합작사업을 철회하거나 다른 방안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영세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상생 모델"을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마른김 생산업체는 전남과 충남을 중심으로 300여곳이 있으며 김 수출업체는 1000여곳에 이른다. 한국김수출협회, 한국마른김생산자협회, 한국해태가공업협동조합은 오리온과 수협의 합작법인 때문에 영세 기업이 경영난에 몰려 도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 회장은 "수협이 합작회사에 편익을 많이 주고 오리온의 해외 거점을 활용한다면 외국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속속 나자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합작법인이 등장하면 김 확보 경쟁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영 한국마른김생산자협회장은 "시장 구조가 흐트러져 가격이 오를 것"이라면서 "오리온이 혼자 하는 건 누가 말리겠느냐, 수협이 함께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올해 초 수협중앙회는 수천t(톤)의 물김이 폐기된 사태가 일어났을 때 김 가공·유통업계가 이익을 중시하느라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했다면서, 김 양식 어가를 보호하기 위해 합작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협 관계자는 "물김 대량 폐기 사태로 김 양식 어가들의 불만이 상당했다"며 "물김 생산이 급증해 산지 가격이 내려갔을 때 마른김 업체들은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을 기대하며 조기 수매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협은 "우리는 어민의 물김 판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목포 공장에서 물김을 수매해 마른김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리온수협이 취급할 것으로 예상하는 물량은 전체 김 생산량(약 2억속·한 속은 100장)의 3%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김수출협회는 오리온그룹에도 담철곤 회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오리온 측은 합작법인과 관련한 중소업체들의 반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