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두산건설이 증자를 추진하면서 다시 두산그룹 전체의 유동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 평가야 어찌됐던 그룹에서 그동안 2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쏟아부었는데도 또 다시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한다는 점에서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데 이견은 많지 않은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내놓는다.

국내굴지의 대기업인 두산이 이토록 잦은 유동성 시비에 휘말리는 이유는 뭘까. 이는 ‘공격적인 M&A’로 통하는 두산의 성장배경과 맞닿아 있다. 두산은 1996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존 주력업이었던 주류, 식자재부문 등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오늘의 기계제조, 중공업, 건설 중심그룹으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동양맥주(현 OB맥주) 등을 팔고, 대신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 등을 잇따라 품에 않았다.

이날 관심이 쏠린 두산건설(구 두산산업개발)의 경우 전신은 옛 동산토건이며, 이후 옛 고려산업개발이 합해진 회사다. 두산건설은 과거 두산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 사태인 '형제의 난'의 중심에 서면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형제의 난’ 당시 두산건설은 분식회계를 자진고백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됐고, 오너일가의 유상증자 대출금 이자 수백억원 대납, 박용성 전 회장 등의 분식회계와 횡령 등의 혐의가 구체화됐다. 이후 두산중공업이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오너일가도 지분을 확보했다. 이날 두산그룹이 두산건설을 두산중공업과 한 몸으로 평가하고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계열분리를 하지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도 이런 과정과 연관돼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어쩃든 제조업 전환후 세계적인 경기호황과 맞물리면서 두산그룹의 사세는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에 칠흙같은 어두움을 드리운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두산의 성공신화에도 제동이 걸렸다. 2007년 5조3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밥캣(DII)’이 지금까지 그룹 전체를 뒤흔드는 유동성 위기설의 첫 테이프를 끊었고, 건설불황에 빠진 두산건설이 가속도를 붙였다.

물론 두산그룹은 영구채 발행 등 꾸준한 대책을 통해 위기설을 지속 진화해왔지만, 일각에서는 주력계열사의 부진이 지속되는 한 돌려막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두산의 '몸집불리기'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산은 올해 이탈리아 발전가스터빈 업체 안살도 인수를 추진했다가 실패했지만, 여전히 인수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동박 적층판을 제조하는 유럽의 전자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현지실사까지 모두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두산은 원천기술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밥캣의 경우처럼 그 결과가 꼭 좋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최근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서는 지속된 M&A로 인한 투자부담이 두산그룹의 위험요소로 평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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