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인데, 한국의 합계출산율 추이를 10년 단위로 보면 1970년 4.53명, 1980년 2.82명, 1990년 1.57명,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그리고 2020년 0.84명으로 급감하였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OECD회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2020년 출생아수는 27만명인데 비해 사망자수는 30만명으로 인구가 자연감소하기 시작하였는데, 통계청에 의하면 2028년에는 총인구가 5194만명에 달해서 정점(peak)에 도달한 후 2067년에는 3929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한편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 The Koreas, Economist, 2013년 10월26일)는 인구의 감소로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는(global irrelevance)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공급측면에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수요측면에서는 소비와 투자가 감소해 경제성장을 제약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26~2035년의 기간 중 연평균 0.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제도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2018년 국민연금기금은 807조원에 달하였고, 2041년에는 1778조원으로 늘어났다가 2057년에는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이 고갈된 후에는 연금 보험료율이 29.3%로 급등할 수 있다. 즉, 소득의 3분의 1을 연금 보험료로만 지불하게 된다.

그래도 국민연금은 적립기금이 2057년까지는 유지될 수 있으나, 건강보험은 연금과는 달리 기금을 유지하지 않으므로 2060년에는 건강보험의 보험료율이 24%까지 급증할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도 6%수준에 달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득의 약 60%를 연금과 건강보험료로 납부해야만 한다. 사회보장제도의 개혁을 지금부터 서둘러야만 하는 이유이다.

앞의 출산율 추이에서 보듯이 우리는 아무리 늦었어도 출산율이 1980년에 2.82명으로 급감했을 때부터 시급하게 대책을 수립·시행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국가전체로 시계(視界)가 짧아서 국가장기과제를 정부가 미리미리 대응하기 못하는 것이 한국의 주요한 취약점이다. 영국의 고전학파 경제학을 집대성한 밀(John Stuart Mill)의 경제학원론(1848)을 보면 선·후진국의 주요한 차이는 불확실한 장래에 미리미리 대비(providence)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또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가 있는가의 여부이다.

당시 유럽인의 시계는 30년이었는데, 바른 관측이었는지는 모르나 중국인은 1년이었다. 이제 올해 대학 새내기의 예상수명이 120세라고 하는데, 이는 시계가 전보다 훨씬 더 길어야한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을 살 때 먼 장래를 내다보고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훨씬 늦게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2006~2020년의 기간 중 중앙·지방정부가 저출산관련 정책에 도합 211조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였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였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제일 먼저 젊은 세대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높아져야만 한다. 즉, 일자리가 있어서 소득이 있어야만 하고 살 집이 있어야 한다. 이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고용과 주거는 제일 기초적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모든 면에서 성별 격차와 차별을 철폐하는 양성평등 사회를 지향해 나가야만 한다. 한국 여성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의 여건 아래서는 젊은 세대가 결혼·출산을 기피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저출산을 이미 경험한 프랑스, 스위덴, 영국, 독일의 경험을 보면 정부의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증대시키기 위한 각종 지원책으로 고용률이 60%선을 넘어서면서 출산율도 1.5~1.7명으로 높아졌다. 한국의 2019년 여성고용률은 51.6%로 남성의 70.7%에 비해 약 20% 가량 격차가 존재한다. OECD의 37개 가맹국들 가운데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31번째로 매우 낮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한국의 여성노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지대한 국가적인 손실이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도 초(超)저출산을 초래한 주요한 요인이다. 서울대 조영태교수(… 수도권 인구집중이 부른 초저출산 한국, 조선일보 (2020년 10월30일))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총인구의 50%가 사는데, 특히 25~34세 인구는 56%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언급했다. 제한된 공간에 젊은이들이 밀집해 경쟁이 심해지면 생존본능과 아기를 낳으려는 재생산본능 가운데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생존본능이 재생산본능을 능가하게 된다. 광복이후 75년 동안 점점 더 가속화된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은 초저(超低)출생율을 비롯해 한국의 주요한 사회경제적인 문제점들의 주요한 요인임에 틀림이 없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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