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이 지극히 가난했던 시절 미국에서 대학원을 수학하기 위해 도미하였다. 그때 생각하기로는 미국은 부자라서 우리하고는 사고하는게 크게 다를 것으로 생각하였다. 심지어 미국은 금으로 덮인 나라라고까지 상상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깨닫게 된 것은 한국사람이나 미국사람이나 생각하는게 똑같다는 것이다. 외모는 서로 다르나 한국에서 옳은 것은 미국에서도 옳고, 여기서 틀린 것은 미국에서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세대 뿐만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똑같이 적용된다. 즉, 세상에는 수천년에 걸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립하는 핵심가치(core value)가 존재한다. 이를 우리는 인류 불변의 핵심가치라고 부른다.
보기를 들면 효도, 정직, 성실, 근면, 절약, 겸손, 동정심 등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립하는 핵심적인 덕목이다. 우리 조상 대대로 읽혀 내려온 '명심보감'이나 성경의 '잠언'이나, 미국의 벤자민 플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자서전' 등에서 모두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는 기본적인 덕목(德目)들이다. 이 핵심가치들은 과거 몇 천년 동안에도 그러했으나 앞으로도 똑같이 기본적인 핵심가치로 이어져갈 것이다.
결국 엘리트란 이런 핵심가치에 지극히 충실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다른 말로 하면 시류(時流)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영국의 17세기 말 계몽주의 철학자인 존 로크(John Locke) '교육론'(On Education)에서 동물들은 어린 새끼 때부터 훈련시키나 우리는 자식을 교육하는데 소홀하다고 하였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2016년 '교육 여론조사'를 보면 현재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교육내용으로 초·중학교는 '인성' 교육과 '창의성' 교육을 들었다. 여기서 창의성 교육이란 지금까지의 교육이 이른바 명문대학이라는 SKY에 입학하기 위한 암기위주의 교육이므로 이는 전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동서고금에 통하는 핵심가치의 이행에 충실할 때, 그 결과는 대다수 국민의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근자에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s)는 구호가 인구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동서고금의 핵심가치는 언제, 어디서든 성립하므로 이에 충실한 사람은 동양이나 서양에서 똑같이 존경받는다. 이를 우리는 '핵심가치를 지키는 사람'(man of intagrity)이라고 한다. 또한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별짓는 주요한 차이는 핵심가치에 충실한 국민들의 비율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기본으로 돌아가자(B2B)는 말이 힘을 얻게 된다. 한국에서 제일 미흡한 것도 기초나 기본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한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신뢰 기반이 취약한 것은 주요한 미비점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는 그 기본구조가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특히 사회 각 분야의 지도층이 국민들로부터 믿음과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은 국가 존립을 위해 필수적이다.
고려말인 13세기 말엽 쓰여진 '명심보감'이 강조하고 있는 효도, 신중한 언행, 절(자)제, 청렴, 겸손, 끊임없는 자성(自省), 인정(人情)이나 금전보다 엄격한 자녀교육의 중요성, 늘 감사하는 마을을 가질 것, 가정관리의 원칙 등은 700여년이 경과한 현재도 그대로 적용된다.
존 로크의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하며, 아이들은 판단력이 부족하므로 자유와 방종은 금물이고, 장난감을 한 번에 하나씩만 가지고 놀게 하고, 많은 장난감을 한꺼번에 주고 놀게 하면 어려서부터 물건을 마구 쓰고 낭비하게 한다. 또한 거짓말이란 신사의 명성과 품격에 맞지 않는 행동이고, 신사는 첫째로 덕성(virtue)을 지녀야 하며, 자신보다 신분이나 지위가 낮고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은 동정심을 갖고 온화하게 대하도록 가르쳐야 하며, 자신의 생각을 훌륭하게 발표할 수 있는 것보다 모든 인생사에서 신사에게 더 어울리고 유용한 것은 없다 등은 지금 보아도 훌륭한 가르침들이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