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힘들게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동시에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우리는 5월을 보통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나, 좋은 계절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른 가운데 5월이 다 지나가고 오늘로 말일이 되었다.

신록예찬은 일제 시대 연전(연희전문)의 교수였던 이양하(李敭河) 선생이 쓴 수필로 고등학교 「국어」나 「문학」의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제한이 없는데, 특히 봄과 여름이 제일 풍성하고 둘 중에서도 봄의 혜택이 크며, 봄 가운데서도 만산(萬山)에 녹음이 싹트는 5월 초가 가장 크다고 하였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음을 스쳐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우리 연전 일대를 덮은 신록은 어제보다도 한층 더 깨끗하고 신선하고 생기 있는 듯하다…….

……우리 사람이란 세속에 얽매어,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거나, 또는 오욕칠정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데 마음에 영일을 가지지 못하는 우리 사람이란, 이렇게 비소하고 이렇게 저속한 것인지…….

신록예찬의 배경은 연세 숲에 있는 ‘청송대’로서 온 연세가족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곳이다. 필자가 있는 상경대학의 명예교수실에서 불과 몇 걸음 나가면 바로 청송대의 숲과 만나게 된다. 이양하 선생은 강의를 하고 나면 바로 청송대로 가서 당신이 스스로 정한 나무의 그루터기에 앉아서 쉬고 명상하였다.

필자도 하루에 한 두 번씩은 꼭 청송대를 찾아서 산책도 하고 생각도 하면서 보내는 큰 축복을 누리고 있다. 5월의 두 번째 토요일은 연세대의 창립기념일로 정해져 있는데, 올해로 창립 136년을 맞으나 예년처럼 연세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할 수가 없었다. 같은 날 졸업 25주년, 50주년 동문들의 재상봉(homecoming) 행사도 뒤로 미루어졌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도시로 대형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학교에서 젊은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청송대가 중심이 되는 연세 숲에서 평생 생활을 하는 것을 큰 축복으로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특히 5월이 되면 나날이 변하는 연세 숲을 바로 옆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을 비롯한 온 연세가족들도 연세 숲과 특히 청송대가 선사하는 자연의 축복을 몸과 마음으로 모두 느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현재 청송대는 두 달여의 새 단장을 하고 새 모습으로 태어나려고 준비하고 있다. 총장의 목표는 가능한 자연에 가공을 더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필자의 소견으로도 소기의 목표가 충실하게 성취된 것 같아서 기쁘다. 연세가 연세 숲을 소중하게 보존하고 가꾸는 전통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을 볼 때 기쁘고 자랑스럽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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