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최근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하다. 먼저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침체되었던 한국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수요(domestic demand), 즉 내수(內需)의 동향을 보면 소비와 투자 모두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2020년 4분기(10~12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였으나, 올해 1분기(1~3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소비는 올해 1.4분기에 전 분기의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플러스 성장률로 돌아섰다. 이는 영업시간 연장 등으로 대면 서비스의 소비가 증가한 데 연유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6%로 전망하였으며, 선진국들의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5월 31일자 경제전망보고서에서 3.8%로 예상하였으며, 세계경제성장률은 5.8%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을 비롯해서 세계경제의 성장이 빨라지면서 한국의 수출과 투자가 증가하고, 국내에선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소비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수출은 지난 5월에 약 507억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45.6%나 급증하였다. 이는 32년 만에 최대의 증가폭이다. 글로벌 경기의 회복으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수출제품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였으며, 특히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증대되었기 때문이다.

5월의 반도체 수출액은 약 100억달러(11조원)를 돌파했으며, 자동차의 수출액도 미국・EU의 소비심리개선에 힙입은 수요증가로 100억달러를 달성했으며 자동차 부품의 수출액도 무려 182%나 급증하였다. 중간재인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액도 약 46억달러로 95%나 급증하였다. 이 밖에 철강・섬유・가전・2차전지・일반기계 등 주력 수출품의 수출이 모두 증가하였다. 특히 한국의 수출은 지역적으로 편중되지 않고 여러 나라에서 골고루 증가하였다. 대(對) 중국 수출은 5월 전년동기 대비 23% 증가한 약 132억달러를 달성했으며, 대미 수출도 약 75억달러로 63%나 증가하였다. 대 EU수출은 약 63% 증가한 49억달러를 달성하였다. 아세안 지역 수출도 64% 증가했는데 이는 모두 세계경기의 회복세를 반영한 것인 동시에 한국이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manufacturing powerhouse)’임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한국경제는 2020년 국내총생산은 GDP(gross domestic product) 규모가 세계 10위에 달해서 이른바 G10에 들었다(이필상, 농민신문 2021년 6월 2일). 해방 후 불과 80년이 채 안 되고 인구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참으로 훌륭한 성취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1%로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 가맹국 가운데 제일 양호한 실적이었다. 주요한 원인은 우리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코로나19 사태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입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들을 생각할 수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코로나 방역을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겠으나 K방역의 주체는 훌륭한 ‘한국인’들의 자발적인 방역 실행이었다. 미국이나 EU 여러 나라들에 비해서 한국인들은 자신이 문화민족임을 전 세계에 알렸다. 학계에서 세계 중심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에서 공동체 정신이 탁월한 동아시아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이다(Carl Benedict Frey, Financial Times 2020년 5월 27일).

아울러 1989년에 모든 국민을 포괄하는 세계 제일의 의료보험제도를 완성한 것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그 빛을 제대로 발휘하였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입원 및 치료비용이 평균 600만달러(6700만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본인 부담이나 한국은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본인 부담이 없다. 병상 수도 한국이 인구 1000명 당 12.3개인데 비해서 미국은 2.8개에 불과하다(이종화, 중앙일보 2021년 4월 29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 EU 등 이른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가를 경험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세계의 대표적인 ‘문화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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