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나 종사자 수에서 한국경제 전체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전통사상인 민본(民本) 경제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중소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중소기업 문제는 경제학계에서 비중을 두고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경제학자들 중에서 중소기업을 전문으로 하는 학자들도 많지 않다. 필자의 제자로 중소기업 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인 전인우 박사에게 부탁해서 대표적인 자료를 구할 수가 있었다.

“중소기업 문제의 본질에 대한 이해와 해결대안의 모색”이라는 한양대 한정화 교수가 「과학기술정책」(2006년 5월)에 기고한 논문이 전체적인 중소기업의 현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주요한 특징을 보면 중소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들은 대부분 진입장벽(entry barrier)이 낮고, 경쟁기업들이 다수이고 수익성이 낮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은 절대 다수가 영세기업이다.

이 밖에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전략의 영향이 컸다. 또한 1970년대 후반 이후 중화학 공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기업은 조립가공에 중소기업은 부품공업에 치중하였다.

한국경제에서 중소기업 문제는 이제 만성적인 문제가 되었다. 보기를 들면 금융 측면에서도 대기업은 정책금융, 차관, 은행 및 증권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등에 주로 의존하였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나 담보 위주의 대출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즉, 신용대출이 어려운 처지이다. 아울러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생산성 격차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대외여건의 변화도 중소기업들에게는 버거운 도전이다. 즉, 개방화와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은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높은 파고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서 혁신형 중소기업의 육성, 해외진출의 촉진 등이 필수적이다. 반면에 소상공인과 재래시장의 육성은 단순한 효율성 증대의 차원에서만 다룰 수는 없으며, 고용창출이라는 사회정책의 요소도 참작해야 한다.

기업가의 육성을 위한 교육의 강화도 필요하다. 즉, 창업이나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기업가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 실패의 주요한 요인이 기업가들의 역량과 자질 부족이기 때문이다.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며 교육훈련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중소기업 컨설팅도 강화해야 한다. 창업보육센터도 전문성의 미흡으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밖에도 대학에서 창업 및 기업가 양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나아가서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창업캠프나 경영캠프의 개설도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금융시스템의 개선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신용보증제도도 크게 바뀌어야만 한다. 신용보증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 요구하나 점차로 축소되어야만 한다.

해외시장으로의 적극적인 진출은 국내시장의 규모가 협소한 현실 아래서 중소기업에게도 생존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 중소기업들이 해외동향을 쉽게 파악하고 바이어와의 접촉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이 필요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협력 증진을 통한 양측 모두의 이익 증진을 도모하는 것은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이다. 대기업이 단기 실적 위주의 납품단가 인하 우선주의에서 탈피하여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을 진정한 동반자로 생각하는 것이 양측 모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정창영 연세대 명예교수·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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