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전 KOTRA 사장·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권평오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전 KOTRA 사장·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중국에서 전자부품 공장을 운영하던 D사는 현지의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 불안정을 겪다가 가전제품의 스마트화·프리미엄화 추세에 맞춰 고효율·초경량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려고 중국공장을 정리하고 작년 3월 국내로 복귀하였다. 4년여의 준비 끝에 총 390억 원을 투자해서 지금은 92명이 일하는 반듯한 국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 N사는 베트남에서 일반운동화를 생산중인데 최근 현지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 채산성에 문제가 생겼다. 이 회사는 일반운동화로는 앞으로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친환경 원료를 활용한 에코슈즈를 개발해서 미국․유럽 바이어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후 ‘메이드인 코리아’ 브랜드로 수출하려고 작년 11월 국내로 복귀하였다. 총 250억 원을 투자해서 지금은 85명의 인력이 친환경 신발을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이 두 사례는 과거에 인건비가 싼 인근 나라에 투자했다가 최근 국내로 돌아온, 요즘 세계적으로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리쇼어링(Reshoring) 사례다. 이처럼 리쇼어링에 성공한 기업들은 현지에서 원자재나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이 복귀 동기였지만, 생산제품을 고부가가치 또는 친환경으로 고도화해서 해외보다 인건비가 많이 들어간 점을 상쇄하고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서 성공한 것이다. 반대로 어떤 기업들은 국내로 복귀하려고 했다가 자신이 없어 도중에 포기하거나 복귀 후에 파산한 사례도 있고, 2년 넘게 투자를 못하고 차일피일 늦추고 있는 사례도 많다. 코트라 통계에 의하면 현재 조업 중인 복귀기업은 50개사에 불과하고, 그 보다 많은 기업들(58개사)은 투자가 지연되거나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013년 ‘해외진출기업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속칭 유턴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의하면 국내로 복귀하려는 기업은 사전에 정부지원을 신청하여 선정 받은 후 입지·자금·인력 지원과 법인세·관세 및 지방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2014년부터 작년 말까지 총 108개 기업이 리쇼어링지원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다. 결코 실적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데, 그럼에도 최근 몇 가지 긍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66개사가 복귀하는 등 증가 추세이고, 복귀기업의 업종이 초기의 주얼리·신발 위주에서 자동차부품·전자부품으로 다변화되고 복귀기업 소재지도 중국 일변도에서 동남아·미국 등으로 다변화된 점, 기업규모 면에서 최근에 중견기업들의 복귀가 크게 늘어난 점 등이 그것이다.

국내외 언론 보도를 보면 미국·유럽·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리쇼어링이 활발한 것 같다. 미국의 경우 2010~2019 기간 중 3327개사가 복귀해서 34만70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겼다는 분석도 있고, 또 어떤 연구에서는 미국 제조업체의 약 절반은 미국 내 생산의 이점이 비싼 노동비용을 상쇄하고, 또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특정국(특히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리쇼어링과 함께 경영상 필요한 경우 과거처럼 해외투자도 병행되고 있다고 한다.

왜 우리는 미국·유럽·일본에 비해 리쇼어링이 활발하지 못할까? 이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리쇼어링 이유와 외국의 정책을 살펴보면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리쇼어링을 추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객과 시장에의 접근성, 숙련 노동자 확보의 이점, R&D와 생산의 통합배치로 인한 시너지, 제품 이미지와 원산지의 이점, 디지털화를 통한 고인건비 문제 해결, 지재권 유출우려 해소 등이 그것이다. 즉 과거에 비해 비록 자국 내 생산비가 비싸더라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만한 이점이 있어서 복귀하는 것이다.

최근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촉진하는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데, 주로 제조업 강화와 공급망 안정에 목표를 두고 보조금 등 직접 지원보다는 법인세율 인하와 규제완화 등 간접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들이 해외진출기업의 복귀뿐만 아니라 해외공장을 신증설하면서 동시에 자국 내 공장도 신증설하는 경우와 해외공장을 청산하지 않더라도 해외공장에 맡겼던 물량을 국내 공장에 배정하는 경우 등도 리쇼어링에 포함시키고 있다. 해외공장의 청산·양도·축소를 기본요건으로 하는 우리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다. 또 인건비 비중이 낮아 자국 내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고부가가치산업(대만), 설비집약형 및 R&D집적형 산업(일본)에 리쇼어링 중점을 두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리쇼어링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앞에서 소개한 외국 사례를 참고하여 리쇼어링에 대한 관점과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기업 차원에서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공급망 안정성을 기초로 리쇼어링 필요성을 심층 검토해야 한다. 국내 경제단체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대기업들은 3%, 중소중견기업들은 5~8%만이 리쇼어링에 긍정적이라고 하는데, 재작년 2월 코로나19로 중국내 생산에 의존했던 ‘와이어링 하니스’가 제때 수입되지 못해 국내 완성차 공장이 수일간 문을 닫은 뼈아픈 경험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물론 해외 고객이 요구해서, 또는 비용구조상 어쩔 수 없어서 국내로 복귀할 수 없다는 기업 입장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보다 생산비 여건이 불리한 선진국 기업들도 성공적으로 리쇼어링한 비결 등을 벤치마킹하면 우리에 맞는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2020년 12월 ‘유턴법’ 개정으로 종전의 많은 문제점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해외공장을 옮겨와야 리쇼어링으로 인정하는 기본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투자·생산·판매 등 전체 가치사슬 차원에서 의사 결정하는 기업 관점에서 보면 현재의 요건은 분명 문제가 있다. 또 리쇼어링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국내로 복귀한 기업들이 계속 경쟁력을 갖고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려면 법인세율·규제·노사제도 등의 측면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 위에 산업고도화를 위해 중요성이 큰 업종이나 기능에 대해 보조금 등 직접적 인센티브를 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리쇼어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환기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가 좁게는 공급망 안정과 기업의 생존 차원에서, 크게는 제조업 르네상스 차원에서 세계적인 리쇼어링의 흐름을 읽고 우리 특성에 맞는 전략을 추진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