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전 KOTRA 사장·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권평오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전 KOTRA 사장·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

세계 여러 지역 가운데 아프리카만큼 우리가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곳도 드물 것 같다. 사람들한테 ‘아프리카’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으면 아마 대다수는 ‘흑인, 빈곤, 미개인, 덥다, 사하라사막, 내전’ 등 부정적인 것을 얘기할 것이다. 아프리카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얼마 전 상영되었던 영화 ‘모가디슈’를 본 후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굳이 아프리카의 긍정적인 것을 찾아보라고 해도 ‘초원, 동물, 킬리만자로, 희망봉’ 등이 전부일 듯싶다. 그런데 우리는 아프리카를 과연 제대로 알고 그렇게 생각할까? 아프리카만큼 우리가 아는 것이 적은 지역도 없는 듯한데.

아프리카 전문가들 말을 들어보면 그곳은 ‘크다, 많다, 다양하다’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지리적으로 크다. 아시아 다음으로 큰 대륙으로 미국과 중국, 인도를 합친 것보다 면적이 넓다. 동북쪽의 카이로에서부터 남쪽 요하네스버그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도 여덟 시간이 넘어 걸린다. 둘째 인구와 천연자원이 많다. 아프리카엔 55개 나라에 13억4000만 명이 살고 있어서 나라 수와 인구가 매우 많다. 아프리카엔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원유는 세계 전체의 17%, 천연가스는 7.5%, 다이아몬드는 53%, 백금은 72%가 아프리카에 매장돼 있다. 셋째 넓은 면적만큼이나 다양하다. 1000개가 넘는 부족이 3000개가 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들의 종교도 기독교 이슬람 힌두 토착신앙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아프리카에도 과거 수많은 제국과 왕국들이 있었다고 하고 그 중에는 상당한 강국으로 성장했던 나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근대 아프리카 역사는 19세기 중엽부터의 식민지 시대를 청산한 1955년부터 본격화된다. 1955년부터 1980년까지 많은 나라들이 서유럽국가에게서 독립을 쟁취하면서 희망을 안고 국가 건설을 시작한다. 그 후 지금까지 발전과 후퇴를 거듭해 왔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치적 안정과 국제 자원가격의 흐름이었다. 그런데 최근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데다 특히 작년부터 아프리카자유무역연합(AfCFTA)이 발효되면서 이제 가난의 굴레를 벗고 발전할 수 있는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아프리카가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대륙인 것은 사실이다. IMF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명목 GDP 규모는 2조6000억$로 세계 전체 GDP의 2.8%에 불과하고 1인당 소득수준은 1860$로 가장 낮다. 그럼에도 아프리카가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를 보면 더 이상 가난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위기의 대륙’이 아니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회의 땅, 희망의 땅’으로 인식돼야 한다.

첫째 아프리카 주요국들은 정치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거시경제정책(물가안정, GDP 성장)의 개선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본격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점, 둘째 성장동력이 천연자원개발 중심에서 제조업, 서비스, IT기술 개발, 농업 현대화 등으로 다각화되면서 진출기회가 넓어진 점, 셋째 과거 유럽 미국 중국 중심에서 일본 인도 등 제3국으로 협력 수요가 넓어지고 있는 점, 넷째 세계 최대 자유무역무역지대인 AfCFTA 발효로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점, 다섯째 르완다가 드론백송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것처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 수용으로 기존 단계를 뛰어넘는 혁신(leap-frogging)이 이뤄지고 비즈니스 환경도 개선되고 있는 점, 끝으로 중위 연령이 20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고 인구증가율도 높아서 미래의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점 등이 아프리카의 가치를 대표해주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세계 주요국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오랜 진출 경험을 활용해서 사활을 건 진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차관을 통해 국가기반시설과 대형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자원을 직접 받는 방식으로 독주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외교․안보를 연계하여 개발원조와 통상협력을 계속 확대하고, 유럽은 식민지 시대에 구축한 유산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일본도 기존 자원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금융 IT 유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고, 인도는 280만 명에 달하는 교민(印交)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새로운 분야의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역사적 관계, 지리적 인접성, 자금력 등 어느 한 가지도 유리한 점이 없는 데다 아프리카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현재의 진출상황도 턱없이 미흡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수출은 연간 60억 달러 내외로 아프리카 전체 수입액의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규모는 유럽의 3.6%, 중국의 6% 정도로 적은데다 그것마저 나이지리아 남아공 등 소수국가와 선박 유류제품 등 소수품목에 편중돼 있다. 현지 투자도 53억$에 불과해 우리나라 전체 해외투자액의 1%도 못된다. 정부와 기업 할 것 없이 아프리카는 정책과 사업의 우선순위에서 거의 고려 대상이 아닌 듯싶다.  

그러나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우리로서는 아프리카의 가치를 감안해 지금부터라도 보다 적극적이고 지혜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 정답은 다른 나라와 접근방식을 차별화하는 것이다. 즉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이 자국의 발전을 위해 외국의 지원을 바라는 것을 파악해서 그 중 우리가 강점과 경험을 갖고 있는 것을 결합해 협력프로젝트화하면 분명 해당 국가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무지(無知)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멀고 어렵고 위험해 보여 망설였는데, 막상 와보니 기대됩니다.” 2019년 말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한국소비재 박람회에 참가했던 어느 기업인이 필자에게 한 말이 지금도 귓전을 울린다. 아프리카가 더 이상 미개한 지역이 아니라 기회와 희망의 땅으로 인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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