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HD 치료제의 오남용 사례나 불법 온라인 광고가 늘어나면서 식품의약처안전처가 단속에 나섰다. 국내 시장의 대표주자인 메틸페니데이트 제제의 오남용 우려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가 과반 이상을 차지한 ADHD 시장에 속속 도전장을 내고 있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식약처는 최근 2025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공부 잘하는 약' 등으로 온라인에서 광고를 진행해 ADHD 치료제를 판매하는 등 불법 사례 711건을 적발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로는 메틸페니데이트와 암페타민 제제의 불법 판매나 나눔·유통 등 관련 게시물이 포함됐다. 식약처는 지난 10월에 약 열흘간 집중 점검을 거쳐 관할 행정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ADHD 진료인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ADHD로 진료를 받은 국민은 79만369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2019년 기준 7만2452명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20만1251명으로 177.8% 급증했다. 지난해 ADHD의 연간 진료비도 약 1780억원에 달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메틸페니데이트나 암페타민 제제는 모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쓰이는 의약품이다. 두 제제 모두 기본적으로 의사 처방 후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최근 ADHD 치료제가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오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암페타민은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받은 제품이 없어, 판매되는 제품은 모두 불법이다. 식약처에서는 위조 의약품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페타민은 과다 사용할 경우 섬망이나 심장마비 등 위험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이 나타나 점차 고용량을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 심한 불안이나 편집증·왜곡된 현실감각을 유발할 수 있어 혼돈에 빠지거나 정신질환 증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이번에 적발된 메틸페니데이트와 아토목세틴 제제가 주로 사용된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뇌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키는 기전을 가져 주의력과 집중력 등을 높여야 하는 ADHD 환자에게 처방된다. 다만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해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이나 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어 중독 병력이 있는 환자는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 ADHD 치료제를 처방받을 때는 반드시 의사의 상담과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치도록 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 ADHD 치료제 시장은 약 340억원 규모로 추정되며 대부분 한국얀센의 '콘서타(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가 차지하고 있다. 콘서타의 지난해 매출은 약 240억원 수준으로 집계돼 시장 점유율 과반을 넘겼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환인제약과 명인제약이 콘서타와 동일한 메틸페니데이트 제제로 '페니드'와 '메디키넷리타드'의 허가를 획득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페니드의 매출은 약 42억원을 기록했고 메디키넷리타드의 매출도 약 12억원에 불과했다.
이외 시장에서 판매됐던 제제로는 한국릴리의 스트라테라(성분명 아토목세틴)가 꼽힌다. 그러나 스트라테라가 시장에서 콘서타에 밀려 한국릴리가 공급 중단을 결정하며 현재는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
환인제약과 명인제약은 얀센이 주도하는 시장을 아토목세틴 제네릭으로 개발된 '환인아토목세틴'과 '아토목신'으로도 공략 중이다. 두 제품은 지난해 생산실적 기준 16억원과 15억원을 기록했다.
아토목세틴은 메틸페니데이트와 달리 비중추신경자극제로 분류돼 시냅스 전에 위치한 노르아드레날린 수송체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을 갖는다.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수송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ADHD 치료 기전을 갖는 성분이다.
한국릴리에 따르면 아토목세틴은 메틸페니데이트 대비 1회 투여로 긴 시간 약물효과가 유지되며 일반적으로 1일 1회 투약이 가능하다. 틱 장애나 뇌전증 등이 동반돼도 중추신경자극제 대비 기저질환의 악화 가능성이 낮고 중추신경자극제 부작용으로 인한 불면과 식욕장애·불안이 발생한 경우에도 사용 가능하다.
이외 최근 영진약품이 스트라테라 제네릭 'YPG-040'의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해 임상에 돌입할 전망이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기존 경질캡슐 제형에서 필름코팅 제형으로 제형을 변경하는 등 임상을 진행하면서 아토목세틴 제제의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DHD 치료제는 뇌전두엽 기능 발달의 취약성으로 인해 주의집중력 등 인지행동조절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은 정신과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의집중력이 부족한 질병에 대한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만큼 (ADHD를) 진단받지 않은 정상인에서 주의집중력이 더욱 좋아지는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수는 "ADHD 진단을 받지 않은 정상인이 복용할 경우 식욕부진과 심박동수 증가·두통 등 경미한 부작용부터 극도의 불면증과 흥분성·환각 등 일시적 정신병적 상태까지 유발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ADHD 치료제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오용하는 경우 두통·불안감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환각이나 망상·자살 시도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ADHD 치료제는 의료 전문가의 철저한 진단과 지도를 통해 ADHD 환자에게만 사용돼야 하고 성적 향상을 위해 정상적인 학생들에게 처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