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확장법 232조 꺼내들어 관세 추가확대 가능성
현재 268만톤만 수출쿼터제…대중 견제 효과 미미
美에 막힌 값싼 중국산 철강 추가 국내 유입 부담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실시되면서 국내 철강 업계는 대미 수출 물량이 제한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업체들은 미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관세 등 무역 장벽 강화를 우려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사문화 상태였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들어 수입 철강재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관세 대신 쿼터 부과 대상국으로 지정돼 2015~2017년 연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268만톤의 철강만 수출이 가능하다.
중국의 수출물량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도 쿼터로 수출 물량이 고정된 상황인 만큼 국내 철강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기도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수출 쿼터가 줄어들 가능성이나 관세가 재차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균 3%대인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최대 20%로 높인다는 내용의 '보편적 관세'를 공약한 바 있다. 이에 철강업계는 트럼프 정부 1기에서 시행했던 무역확장법이 아직 시행 중인데, 지금 정해져 있는 수출 물량 쿼터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나 수출 환경이 더 어려워질지 우려하고 있다.
'특별시장상황(PMS)'으로 반덤핑 관세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별시장상황이란 '특정 국가 시장 상황이 비정상적이라 기업이 제출하는 제조원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 당국이 재량으로 가격을 산정해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미국 정부가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자의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과거 미 상무부는 2016년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1차 예비판정에서 넥스틸 8.04%, 세아제강 3.80%, 기타 5.9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특별시장상황을 적용해 각각 24.92%, 2.76%, 13.84% 등으로 대부분 업체의 관세율을 높였다. 미국 법원이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당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미국은 멕시코·캐나다와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는데 트럼프는 이를 손보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USMCA 협정에 따르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은 무관세로 교역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 업체들이 이를 악용하며 멕시코를 우회 진출로로 선택한 것으로 판단, 맥시코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25% 관세를 적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의 우회 수입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경우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한 규제도 덩달아 강화될 수 있다.
아울러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조다. 강화될 대중국 제재는 국내 철강업계에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철강업계는 저가 중국산 철강 유입이 본격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제재에 막힌 중국산 철강이 추가로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과거보다 강력한 자국우선주의를 천명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동시에 기업과 정부가 원팀 전략으로 현 시점보다 과한 규제를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