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보조금·세제혜택 못 받을 가능성도 제기
대중 제재 확대로 中 공장 운영도 차질 전망 우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연합뉴스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 법안의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트럼프 2기 출범과 관련해 향후 반도체 사업 방향성과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 방향이 칩스법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5일 유명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정말 나쁜 거래”라고 칭하면서 강도 높은 비판하며 “10센트도 낼 필요 없이 관세를 높게 매기면 그들(반도체 회사)이 아무런 대가 없이 반도체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반도체법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에는 “대만이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며 우회적으로 반도체 지원법 폐기 의사까지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칩스법은 미국에 설립하는 반도체 밸류체인 공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이다.  조 바이든 현 정부가 2022년 제정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게 반도체 생산 보조금으로 총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으로 총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 인텔과 마이크론을 비롯해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지원 대상에 올랐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각각 64억 달러(9조원), SK하이닉스는 4억5000만 달러(6200억원)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반도체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 때 “공장을 하나 지을 때 20조원이 든다”며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안 준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사업에 있어 정부 보조금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트럼프 의지대로 반도체 지원법이 폐기될 경우 삼성전자(텍사스)와 SK하이닉스(인디애나주)의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또 최근 원자재비와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향후 트럼프 정부가 ‘고관세’ 정책마저 펼친다면 공장 건립 비용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첨단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걱정거리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의 37%(지난해 기준)를 중국 시안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만드는 D램의 40%는 중국 우시공장에서 나온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 기업 대상 수출통제 강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SMIC 등에 대한 수출 규제와 장비 수입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반도체 장비 수입이 막힐 경우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의 독주 구도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산업 100%를 가져갔다. 우리에게 방위 비용을 내야 한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바 있다.

이런 발언이 현실화할 경우 TSMC에 첨단 칩 생산을 맡기는 삼성전자가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AI 산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심의 AI 산업 성장 지원을 확대하고 이를 저해할 수 있는 규제는 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AI 기업은 미국과의 제휴 및 협력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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