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가하락 기대…정유업계 장기적 재무구조 완화
석유화학도 화석연료 규제 철폐로 대미수출 증가 가능성

도날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 되면서 국내 정유, 석유화학 업계는 일단 반색하고 있다. 트럼프가 화석연료 산업을 지지하고 이를 확대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는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 등 전통에너지 생산 증대를 주장한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시행한 탄소배출량 감축 등 환경규제를 철폐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연료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을 지원함으로써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 내 셰일 오일 생산 확대, 석유 업체에 대한 규제 및 세금 완화, 전략적 비축유 추가 확보 등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 미국 내 원유공급이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화를 이끌 수 있다. 다만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면 2022년 이후 크게 상승한 국내 정유사의 영업실적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가가 급격하게 하락할 경우 큰 폭의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유가 관련 손실 발생 가능성에도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은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 및 재무적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 전기차 전환 촉진 등의 친환경 정책은 휘발유, 경유 등 운송용 수요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전기차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이 지연되고 연료유 중심의 석유제품 수요가 장기화됨에 따라 정유산업의 중장기적인 사업안정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2022~2023년 대규모 영업이익 창출에도 고유가 기조로 인한 운전자금 부담이 지속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차입부담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유가 하향 안정화 기조가 가시화하면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이 상당 수준 감소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석유화학업계도 트럼프 에너지 정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의 환경규제 완화 정책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미국 수출 물량 증가나 친환경 제품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대한 시장 선점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1월 특정 화학물질과 유해물질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하는 경우 관련 업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슈퍼펀드세를 복원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2035년까지 연방정부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해 나가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석유화학 제품 관련 규제 정책 폐기를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집권 시기에는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미국 수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북미 지역으로의 석유화학 제품 수출 물량은 2023년 연간 약 300만톤”이라며 “절대적으로는 크지 않은 규모지만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내 석유화학 수요가 개선되면 추가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보호무역 정책 기조 하에서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는 60%까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하는 만큼, 대중국 견제기조가 강화될 경우 미국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가 가속화되며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 수요가 위축되고 역내 공급 과잉이 심화되는 부정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