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 인수 위해 기습 유상증자
AI 경쟁력 보고 투자했는데…2주새 주가 30% 급락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업황이 침체한 가운데 시너지 효과까지 불분명한 회사를 인수한다는 우려에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유상증자 이후 3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사진/이수페타시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업황이 침체한 가운데 시너지 효과까지 불분명한 회사를 인수한다는 우려에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유상증자 이후 3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사진/이수페타시스

이수페타시스가 예정대로 2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 인수에 나선다. 지난 8일 제이오 인수를 위한 기습 유상증자 발표 후 주주들의 성토와 불만이 줄을 잇고 있으나 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제이오 인수가 꼭 필요하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배터리 업황이 침체한 가운데 시너지 효과까지 불분명한 회사를 인수한다는 우려에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유상증자 이후 3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이하 종가 기준)부터 전날까지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28.2% 떨어졌다.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생산 기업 이수페타시스는 올해 초부터 '엔비디아 수혜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면서 6월 말까지 97%의 주가 상승률을 자랑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고다층기판(MLB)을 생산하고 있어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MLB는 미세 패턴과 홀(구멍)을 형성해 층과 층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한 다층의 PCB 기판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AI 핵심 기판'으로 꼽힌다. 현재 이수페타시스는 엔비디아, 구글, MS에 MLB를 납품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가도를 달리던 이수페타시스의 주가는 7월부터 조정을 받으면서 4만원 안팎에서 제한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상승 동력을 잃은 주가는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에 이튿날 20% 넘게 급락했다.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는 목적부터 방식까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먼저 8일 오후 4시 55분 신규 공장신설 투자 건을 공시했다. 이수페타시스는 8월 22일 대구시와 투자협약서(MOU)를 체결하고 대구 산업단지 내 토지를 108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호재성 공시에 투자심리가 자극됐고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당일 4시 50분 시간외 단일가 매매에서 3만1650원에 거래되고 있었으나 공시 직후인 오후 5시에는 3만30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문제는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끝난 오후 6시 이후 올라온 두 개의 공시였다. 공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500억원(2010만주)을 조달한다는 내용이었다. 조달 자금 중 2500억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점은 문제가 안 됐으나 3000억원을 제이오 인수에 쓰겠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된 두 개의 사안을 시간차로 공시했다는 '꼼수'에 투자자들의 원성이 줄을 이었다. 발표된 이사회의사록을 보면 세 개 사안은 모두 8일 오전 9시에 열린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제이오는 2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상용화에 성공한 소재 개발 전문 기업이다. 주주들은 반도체 기업인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의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 악재성 공시를 기습적으로 했다는 점을 비판했다. 증권가에서도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에 우려를 나타냈다.

메리츠증권 양승수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AI 기반 MLB 기판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라며 "회사는 이번 경영권 인수의 대외적인 이유로 사업 다각화를 언급하고 있으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진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공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기차의 미래 성장성에 대해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으나 현재 캐즘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으며 특히 제이오의 주요 고객사는 이로 인한 영향으로 장기 공급 계약이 취소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유상증자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현재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2만2800원으로 유상증자 예정발행가(1주당 2만7350원)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만약 주가가 현재처럼 예정발행가보다 낮은 구간에서 머문다면 최악의 경우 제이오 인수 자금 이외의 자금 조달에는 실패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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