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가치 하락 우려에 주가 고점 대비 반토막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미국명 라즈클루즈)'의 원개발사 오스코텍이 '쪼개기 상장'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렉라자는 미국 FDA(식품의약품청)로부터 승인을 받은 첫 국산 항암제로 오스코텍이 자회사 제노스코와 개발한 후보물질 단계의 렉라자(물질명 레이저티닙)를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 하며 만들어졌다.
오스코텍은 '렉라자 효과'로 3년간의 적자 행진을 벗어날 수 있었으나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고 말았다. 오스코텍의 소액주주들은 주주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자회사 상장에 분노하며 주주행동주의에 돌입했다.
22일 제약업계·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오스코텍의 주가는 2만4450원으로 지난 8월 21일 장중 기록했던 52주 신고가(4만5850원) 대비 46.7% 하락한 상황이다. 오스코텍은 8월 렉라자가 미국 허가를 받으면서 투자자들의 주목받았던 바이오주다.
유한양행은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레이저티닙의 후보물질을 15억원에 사들였고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에 조 단위 기술이전에 재차 성공하며 단숨에 '렉라자 수혜주'로 떠올랐다.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레이저티닙의 원개발사인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유한양행이 얀센으로부터 받는 마일스톤(기술료)의 40%를 50대 50으로 수령하게 됐다.
렉라자 마일스톤 효과로 오스코텍은 3년 연속 이어졌던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됐다. 오스코텍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81억원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상반기까지 매출 27억원, 영업손실 154억원이던 올해 누적 실적 역시 3분기 매출 317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렉라자 훈풍은 강력했다. 렉라자의 FDA 승인 소식이 전해지기 하루 전(8월 20일) 9만4000원이었던 유한양행의 주가는 24.6% 상승한 11만7200원을 기록 중이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최근 조정을 받고 있긴 하나 지난달 15일 장중에는 16만69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오스코텍 역시 올해 초 2만3000원이었던 주가가 8월 21일 4만5850원까지 오르며 99%의 상승률을 자랑했다. 문제는 렉라자의 FDA 승인 이후에도 상승가도를 이어갔던 유한양행과 달리 오스코텍의 주가는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악재는 제노스코의 상장 문제였다. 오스코텍은 지난달 22일 제노스코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튿날 주가는 12% 가까이 급락했고 주주들의 원성과 반발이 잇따랐다. 회사 기업가치의 사실상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렉라자 로열티가 각 사로 분리되면 주주들의 지분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스코텍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제노스코 상장은 쪼개기 상장이 아니며 성공적인 자회사 상장이 오스코텍의 가치 제고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레이저티닙이나 다른 파이프라인의 지분을 떼어내어 회사를 설립하는 물적분할을 통한 상장이 아닌 보스톤 현지에서 15년 이상 뚝심 있게 신약 연구개발을 이어왔던 바이오텍의 상장이라는 점을 명확히 전달한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소액주주들은 규탄 캠페인을 벌였다.
오스코텍의 소액주주연대는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알짜 자회사 중복상장 오스코텍 경영진 규탄 캠페인’이 마무리 됐다"며 "(캠페인에는) 총 813명의 주주들이 참여했으며 참여주식은 333만2847주로 발행주식의 8.71%다"라고 공지했다.
현재 오스코텍의 최대주주는 김정근 대표이사로 오스코텍 지분을 12.48%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