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피지컬 AI 시대…휴머노이드·반려로봇 주목
한국, 중국 기술력에 놀라고 일본 부활에 긴장까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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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IT 업계 최대 화두인 ‘인공지능(AI)’가 한 차원 진화해 실제 제품·서비스에 어떻게 접목되고,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보여준 전시였다고 평가됐다. 

올해 CES는 7일부터 나흘간 라이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전 세계 160개국 약 4500개 기업이 기술을 뽐냈다. 우리 기업은 1010개가 참가했고, 이는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최대 화두도 역시 AI였다. 로봇의 발전, 중국과 일본의 진격, 그리고 AI 슈퍼스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 등장도 주요 키워드 중 하나다. 

◆ 한층 진화한 로봇, 이목집중

올해 CES에서는 어느 때보다 로봇이 주목받았다. 로봇 종류도 다양했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로봇 ▲헬스케어 로봇 ▲농업 로봇 ▲산업용 협동로봇 ▲사족보행 로봇 ▲컴패니언(동반자) 로봇 등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연구·개발한 로봇이 시연되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미국 로봇기업 리얼보틱스는 사람의 얼굴과 신체 등 생김새가 한층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를 전시했고, 이를 본 관람객들은 연신 감탄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 살갗과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고 눈도 깜빡 거리며, 거대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꽤 성숙한 대화도 가능하다. 다만 아직 다리로 스스로 이족보행은 하지 못하고, 앉아 있거나 바퀴가 달린 선반 위에 서서 주행한다.

부스를 찾은 관람객에게 다가가 악수하는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에 탄성이 나왔고, 한국 스타트업 위로보틱스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걷게 해주는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 ‘윔’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중국 기업 위슨로보틱스는 인간 근육과 관절을 흉내 낸 로봇 부품을, 미국 업체 톰봇은 강아지를 본뜬 로펫(로봇+반려동물) 제니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AI 집사 로봇으로 불리는 ‘볼리’를 이르면 5월 한국과 미국에서 출시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미 로봇 기업 리얼보틱스가 전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 사진/연합뉴스
미 로봇 기업 리얼보틱스가 전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 사진/연합뉴스

◆ 연일 주목…젠슨 황의 ‘말말말’ 

황 CEO는 CES 개막 하루 전인 6일 기조연설에 나섰다. 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가 관객으로 가득 찼다.

황 CEO는 기조연설에서 PC용 GPU(그래픽처리장치)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날  황 CEO는  ‘지포스 RTX 50’에 미국 마이크론의 GDDR7이 사용된다고 언급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황 CEO는 이튿날 기자간담회에서 GDDR 세계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두고 “두 회사가 그래픽 메모리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날 그는 발언 실수를 인정하며 “지포스 RTX 50 시리즈에 삼성을 시작으로 다양한 파트너사의 GDDR7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또 황 CEO는 피지컬AI의 한 갈래인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과 자율주행차 개발 가속화를 위한 플랫폼 ‘코스모스’ 출시를 알렸다. 그는 “코스모스는 피지컬AI의 민주화를 촉진해 모든 개발자가 일반 로봇 개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며 “우리는 피지컬AI를 대중화하고 모든 개발자가 범용의 로봇 공학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피지컬AI는 로봇·자동차 등 실물 기기에 탑재되는 AI를 말한다. 엔비디아의 코스모스는 로봇·자율주행 AI 개발 플랫폼으로, AI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줄이는 플랫폼이다. 코스모스 공개 후 엔비디아의 주가는 정규장에서 6%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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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장한 중국과 일본…한국, 긴장해야

중국과 일본의 성장도 돋보였다. 

중국 가전기업 TCL과 하이센스의 TV 기술력은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마트 키친 등을 선보이며 AI 가전도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 시장에서는 이미 독주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조주완 LG전자 CEO는 “그동안은 중국의 위협에 대한 ‘인식’ 단계였다면 이제는 인식을 실제 대응해야 하는 ‘실행’의 단계로 옮겨야 하는 시기가 왔다”며 말했다.

구자은 LS 회장도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의 발전이 매우 놀라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아직 중국 업체들은 하드웨어 중심이지만, 이제는 국내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며 “과거 일본 가전이 중심일 때 우리 기업에 다 (역전)당했는데, 그들은 다른 길을 찾았다. 우리 기업들도 빠르게 다른 길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한 일본의 절치부심도 눈길을 끌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한 전자기업 소니는 확장현실(XR)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고, 파나소닉도 AI 가족 건강 관리 설루션과 공조시스템에 힘을 주며 시장 뺏기에 나섰다. 

한발 더 나아가 만화에서나 볼 법한 미래 도시도 현실화했다. 도요타는 보디가드 드론과 반려 로봇, 무인 자율주행 수송 차량 등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 도시 ‘우븐시티’ 1단계 건설 완료를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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