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한화세미텍 TC본더 공급 나서…주가 올들어 80%↑
하반기 HBM 12단 본격 출하땐 공급확대…목표주가도 상향

한화비전의 주가가 올해 들어 80% 상승했다. 지난해 말(이하 종가 기준) 3만1600원에 머물렀던 주가는 지난 18일 5만6500원까지 뛰어올랐다. 사진/한화세미텍
한화비전의 주가가 올해 들어 80% 상승했다. 지난해 말(이하 종가 기준) 3만1600원에 머물렀던 주가는 지난 18일 5만6500원까지 뛰어올랐다. 사진/한화세미텍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열압착장비) 공급을 둘러싸고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한미반도체의 경쟁사인 한화비전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한화비전의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TC본더 공급을 체결하면서 글로벌 IB(투자은행)가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주가가 고공행진 하는 등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비전의 주가는 올해 들어 80% 상승했다. 지난해 말(이하 종가 기준) 3만1600원에 머물렀던 주가는 지난 18일 5만6500원까지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에서 2조8500억원으로 1조원이 넘게 불어났다. 기관이 2764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을 견인했는데 코스피 순매수 규모로는 6위였다.

한화비전은 지난해 9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인적 분할돼 한화세미텍, 한화정밀기계 등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한화세미텍은 산업용 장비 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칩마운터, 반도체 전·후공정, 공작기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연결 기준) 매출 1066억원 중 70%(746억원)가 수출이라 국내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크지 않은 회사다.

한화비전, 정확히 말하면 자회사 한화세미텍이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지난달 14일 SK하이닉스에 210억원 규모의 TC본더를 납품하기로 하면서부터다. TC본더는 HBM에 사용되는 D램을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칩을 하나하나 열로 압착해 접합하는 장비다. 최소 8회에서 최대 12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단수를 쌓는다. 제품의 성능은 얼마나 많은 단수를 정확하고 빠르게 쌓느냐로 정해진다. 한화세미텍은 지난달 27일에도 210억원 규모의 TC본더 공급 계약을 SK하이닉스와 체결했다. 납품은 오는 7월까지 이뤄진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에 발주한 TC본더 장비 가격은 한 대당 3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한미반도체에서 공급받던 장비보다 높은 수준의 가격이다. 시장 안팎에서는 두 번째 공급사가 첫 번째 공급사보다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일을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한화세미텍의 약진에 놀라워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요 IDM(글로벌 종합 반도체 회사) 고객사는 2024년 약 120대의 (한화비전) TC 본더를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12단 HBM 출하가 본격화한다는 점을 감안 시 약 70~80대의 TC본더 수요 발생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12월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기술유출 및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택의 TC본더를 '더 높은' 가격에 구매하자 한미반도체는 반발했고 최근 SK하이닉스 경기 이천공장의 HBM 생산라인에 배치한 CS(고객서비스) 엔지니어 60여 명을 철수시켰다. 그간 무료로 진행해 온 장비 유지·보수 비용도 유료로 전환하고 TC본더 가격을 28% 올리겠다는 통보까지 SK하이닉스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중 수백억원 규모로 TC본더 발주 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유력 후보군은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이다. TC본더 패권을 놓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의 기싸움이 팽팽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글로벌 증권사 맥쿼리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화비전의 목표주가를 기존 5만8000원에서 8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그 이유를 SK하이닉스에 본격적으로 TC본더를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는 부분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한화세미텍이 고부가 반도체 장비 업체로 도약하면서 TC본더 매출 현실화로 흑자 전환까지 기대된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맥쿼리는 "HBM 수요 증가에 따라 TC본더 장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JEP(공동평가)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다른 고객사를 확보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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