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본더 등 주요제품 납품 협의…수율개선 도움될 듯

8년간 TC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관계를 이어온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10여년전 끊긴 삼성전자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와 동맹을 하게 될 경우 삼성은 한미반도체의 검증된 장비를 활용하면서 HBM3E 12단 또는 16단 제품의 수율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 된다면 고성능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TC본더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을 계기로 주요 공급 업체인 한미반도체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파견한 고객 서비스 엔지니어를 전원 철수시켰고, TC본더 가격을 28% 인상하겠다고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발단은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으로부터 총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14대를 주문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한미반도체는 TC본더 특허 침해 혐의로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또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자사 기술을 침해한 제품을 도입했다는 데 강한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독점적 협력 관계에 있던 업체 간 감정 대립이 극한으로 번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갈등으로 한국의 HBM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2017년부터 HBM 개발을 놓고 협력해왔다. SK하이닉스는 한미반도체 장비로 HBM 개발에 속도를 냈고, 한미반도체는 안정적 수익을 올렸다. 한미반도체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 5589억원과 45.6%의 영업이익률을 올렸고,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자리를 굳혔다.
아울러 한미반도체는 최근 삼성전자와 TC본더 등 주요 제품 납품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이 마무리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데다 업무 담당자도 상당수 바뀌면서 두 회사 간 교류가 재개되고 있으며, 양사 모두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의외로 잘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한미반도체가 예전처럼 동맹을 이어간다면 차세대 공정인 ‘하이브리드 본딩’ 협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HBM 시장 성장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속에서 한미반도체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 가격 인상 효과와 더불어 삼성전자와의 관계 개선 가능성까지 더해져 향후 성장 전망이 매우 밝다”고 분석했다.
TC본더는 열과 압력을 이용해 D램을 적층하는 반도체 핵심 장비로, SK하이닉스 HBM 가운데 선단 공정인 HBM3E 12단의 경우 90% 이상이 한미반도체 TC본더를 통해 양산되고 있다.
HBM TC본더 시장은 ‘6강 체제’다. 우리나라의 한미반도체, 세메스, 한화세미텍 3곳과 일본의 도레이, 신카와 싱가포르의 ASMPT 등이다. 이 중에서도 HBM 시장 TC본더에서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이 높은 곳은 한미반도체다. 한미반도체는 HBM과 관련된 장비에서만 120건 가량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한미반도체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이날 오전 10시 45분 전일 대비 7.11% 상승한 6만9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