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 생산기술원이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시장에 진출하면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들어갔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반도체 기판 패키징 및 검증용 장비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LG 생기원은 현재 ▲반도체 기판용 레이저 다이렉트 이미징(LDI) 노광 장비 ▲반도체 유리기판용 글라스관통전극(TGV) 레이저 및 검사 장비 ▲고대역폭메모리(HBM)용 검사 장비 ▲기판 및 HBM 접합 장비(본더)를 개발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붙일 때 쓰는 장비다. 기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활용하던 열압착(TC) 본더와는 기술적 차원이 다른 꿈의 장비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까지는 칩과 칩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단자인 ‘범프’를 놓고 수직 결합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더는 범프 없이 칩을 포개어 붙일 수 있다. 결합된 칩의 두께가 한층 얇아지고 발열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어 여러 층으로 D램을 쌓는 HBM에서는 꼭 도입해야 할 혁신 기술로 꼽힌다.
낸드플래시·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 HBM에는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개발에 성공할 경우 빠른 매출 확대는 물론 반도체 장비 시장의 강자로 단숨에 올라설 수 있다는 판단이 LG전자의 사업 참여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LG 생기원은 1987년 금성생산기술연구소로 출범했다. 그동안 LG 계열사의 생산기술 개선을 담당했다.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석유 화학(LG화학)·이차전지(LG에너지솔루션) 분야 장비를 개발 및 공급해왔다. 지난해부터 자동차 부품·물류 등 외부 고객과의 협업을 시작했고, 최근 반도체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급성장 중인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장비 시장을 정조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중시하는 AI 사업과 관련해 HBM의 성장성이 높은 데다 LG전자의 최근 기업간거래(B2B) 사업 확대와도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최근 B2B 사업 강화로 체질 개선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도 성공하면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다. LG전자의 대표적 B2B 사업인 전장·냉난방공조(HVAC) 매출은 올해 20조원을 넘어 주력인 생활가전에 버금갈 것으로 전망된다.
HBM 생산을 SK와 삼성이 주도하고 있고 양 사는 장비 현지화에 관심이 높은 만큼 기술력만 뒷받침되면 LG전자에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LG전자까지 뛰어들면서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재 TC본더 시장 1위인 한미반도체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85억원을 투입해 하이브리드 본더 전용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납품하면서 쌓은 노하우 등을 활용해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킨다는 구상이다.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과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도쿄일렉트론 등도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가세했다.
베리파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시장은 지난해 52억6000만달러(약 7조2500억원)에서 2033년엔 140억2000만달러(약 19조34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