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실적 개선에 금리 인하로 유동성 효과까지
외국인도 이달 5조 순매수…증권가 목표가 줄상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랠리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최근 랠리를 이어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AI(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1년 1개월 만에 8만원으로 올라섰다. AI칩의 핵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최강자 SK하이닉스 역시 주가가 35만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대형 반도체주들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인하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다시 완화 방향으로 튼 가운데 본격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는 등 대형 기술주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 일반 서버로까지 확장된 AI 사이클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2.94% 상승한 8만5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지난해 8월 1일(8만3100원) 이후 13개월 만에 종가 기준 '8만전자' 고지를 탈환했다. 지난 1일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15.49%에 달했다. 또 다른 대형 반도체주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0일 종가 30만원을 돌파한 이후 현재 35만원대에서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 이달 들어 SK하이닉스 주가는 31.59% 상승하면서 지수 자체를 이끄는 견인차를 맡기도 했다.

두 종목의 주가가 최근 강세를 자랑하는 이유는 AI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대폭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촉발한 AI 거품론이 브로드컴, 오라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불식된 가운데 AI 투자 수요가 아직 견조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AI 관련 기술주들에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는 HBM 기술력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사면서 주가가 5만원대까지 추락하고 AI 사이클에서 소외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반기 실적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반등의 기미를 쉽사리 찾지 못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HMB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힘을 받았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4 시장 진입을 전망한다"며 "속도 상향 이슈에 따른 마이크론의 열위 상황과 1c 공정(Core-die), 4nm 파운드리 공정(Logic-die)을 적용한 절치부심은 시장 진입 가시성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AI 사이클이 AI 서버를 넘어 일반 서버로 확대되면서 범용 D램, 낸드의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 연구원은 "AI 사이클이 AI 서버와 더불어 일반 서버로 확장되며 HBM, 범용 D램, 낸드 수요를 구조적으로 견인할 것"며 "AI 수익화를 위한 서비스는 일반 서버 투자를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미국 금리인하로 유동성 개선…외국인 자금 밀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날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에 따른 유동성 개선 흐름 효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돼 한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몰려든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3조5000억원, 2조4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 순매수 규모로는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는 증시 하락의 변곡점이 아닌, 믿기는 어렵겠지만 새로운 상승 동력을 갖추면서 두 번째 전개되는 상승장"이라며 "양호한 펀더멘탈을 갖춘 미국 지휘 하에서 유동성 증가 기대가 Non-US 증시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개별 국가별로는 위험 확산 및 성장 대응(인도·중국·유럽), 주가 부양 및 주주가치 제고(한국·일본) 등을 통한 긍정적 요인이 향후 상승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증권가 장밋빛 전망…삼성전자 11만원·SK하이닉스 48만원 제시

증권가에서도 앞다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9만1500원으로 현재 주가 대비 약 35% 높은 수준이다.

SK증권,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제시했고 특히 SK증권은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8만원으로 높여 잡으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세가 주가 상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이전 전망치를 크게 상회할 전망"이라며 "매출액은 87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4000억원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이어 "반도체(DS) 사업부 실적 개선이 주요 원인으로 D램은 제품믹스 개선으로 차별화된 ASP(평균판매단가) 상승, 낸드 가격 상승과 비메모리 사업부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84조1000억원, 영업이익 10조7000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전망"이라며 "DS 이익 개선이 핵심으로 메모리는 D램 위주 실적 회복이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여전히 HBM 시장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목표주가 상향의 주요 논거로 꼽혔다.

한동희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4 경쟁력이 재차 증명될 것"이라며 "경쟁사 진입 가능성이 높지만 선제적 계약을 통한 점유율 1위 수성과 높은 가격 협상력과 원가 경쟁력에 기반한 공고한 이익 점유율과 수익성 차별화 논리의 지속을 전망한다"고 했다.

HBM4는 6세대 HBM으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