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사양 AI칩 ‘RTX 프로 6000D(B30)’의 구매를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중국은 현재 미국과 AI 기술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미국산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국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 당국이 화웨이, 캄브리콘, 알리바바, 바이두 등이 자체 개발한 AI칩을 엔비디아 칩과 비교평가 했다. 결과 중국용 모델 성능이 이미 엔비디아 중국용 AI칩과 대등하거나 일부는 앞선다고 결론을 내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했다. 현재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런던에 있는 그는 “우린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원해야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은 실망스럽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기에 인내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에서의 사업은 롤러코스터에 탄 것 같은 기분”이라며 “애널리스트들에게 앞으로 엔비디아의 재무 전망에서 중국 사업 부문은 제외하라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중국 특수를 노리고 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며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H20을 비롯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칩 구입도 중국에서 제한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HBM 사업과 관련해 미중 갈등 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RTX 프로 6000D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월 엔디비아 중국용 AI 칩인 ‘H20’ 수출을 금지한 뒤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새로 개발한 저사양 AI칩이다. 

H20은 HBM이 적용되는 것과 달리 RTX 프로 6000D는 GDDR7 D램이 탑재되며, 가격도 5만 위안(약 970만 원) 정도로 H20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GDDR7은 HBM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가성비가 좋아 AI 추론용 반도체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의 GDDR7 공급 확대 기대에 변수가 생기게 된 것이다. 중국향 물량 축소가 불가피한 가운데 글로벌 게이밍 그래픽카드나 워크스테이션 수요가 이를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시장 전망은 불투명하다.

여기에 엔비디아 중국용 AI칩 ‘H20’의 중국 수출 재개도 불투명하다. H20에는 삼성전자의 HBM3, SK하이닉스의 HBM3E 8단이 적용되는 만큼, 수출 재개 여부가 국내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미국 정부는 올해 7월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H20의 중국 수출을 3개월 만에 허용했으나. 실제 출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는 국영 기업이나 민간 기업이 국가 안보 관련 사업에서 H20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HBM의 경우는 중국이 엔비디아를 배제해도 수요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은 내년까지 AI칩 생산량을 3배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화웨이·캠브리콘 등 자국 업체가 앞장서긴 하지만 첨단 학습·추론 서버에 필수적인 HBM은 여전히 기술 격차가 크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삼분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준비를 완료하며 선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 속에 독점적 지위를 이어가면서도,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를 상시적으로 안고 갈 수밖에 없게 됐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