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시장서 오카도 경쟁력 약화…"한국 시장은 상황 달라"

2023년 12월 5일, 부산 강서구 미음동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롯데쇼핑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 다섯번째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팀 스테인 오카도 CEO,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년 12월 5일, 부산 강서구 미음동 국제산업물류도시 내 롯데쇼핑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왼쪽 다섯번째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팀 스테인 오카도 CEO,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쇼핑이 영국의 혁신 물류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추진중인 물류 강화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쇼핑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물류 혁신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오카도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롯데쇼핑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물류센터를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을 도입해 그로서리와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지만, 자체 역량 강화보다 외주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2023년부터 부산 강서구 자동화물류센터(CFC)를 짓고 있다. 연면적 약 4만 2000㎡ 규모로 2000억원이 투입됐다. 오카도의 상품 선택(피킹)·포장(패킹) 로봇을 활용해 배송 처리량을 기존 대비 2배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 상반기 서비스 시작이 예고됐다. 롯데쇼핑은 부산 CFC를 포함해 전국 6개 지역에 CFC를 구축해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OSP) 솔루션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오카도는 물류센터에 레일 위를 달리며 이동하는 피킹 로봇과 로봇팔을 활용해 상품을 출고하고, 로봇이 포장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수 천 대의 로봇 제어를 위해 AI(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된다. 이를 통해 신선식품 물류 관리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쇼핑(당시 롯데온)은 2022년 오카도와 기술협력을 맺으며 협업을 시작했다. 롯데의 유통망과 오카도의 물류 테크, 롯데로지스틱스의 배송 경쟁력이 결합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이 담당하던 오카도 관련 사업을 지난해 롯데마트로 이관했다. 롯데온의 커지는 적자폭을 일부라도 상쇄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 올해 4월 오카도의 AI 기술 기반으로 그로서리 전문 앱 '제타'를 선보였고, 구독형 배송 서비스 '제타패스'까지 도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롯데마트가 비용을 떠안으며 상반기 적자를 내기도 했다. 

롯데는 오카도의 신선식품 관련 물류 기술에 크게 주목했다. 2022~2023년 경은 쿠팡이 로켓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장악해 가고, 버티컬 커머스인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충성 고객을 착실히 확보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도 장바구니 배송 등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때다. 

하지만 최근들어 오카도의 스마트 물류 플랫폼 경쟁력이 의심받고 있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11조 80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는데 과일·식재료 등 신선식품이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도 식재료를 새벽배송으로 받아 하루 장사를 준비할 정도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2020년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가 2년 만인 2022년 시장에서 철수했고, 그 해 오카도와 기술협력을 맺었다. 자체 경쟁력 보다는 글로벌 혁신 물류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다시 찾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최근 오카도의 스마트 물류 플랫폼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

캐나다의 대형마트 소베이는 지난해 6월부터 오카다와의 협업을 중단했고,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 크로거도 오카도 솔루션을 적용하던 물류창고 3곳을 내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크로거은 당초 20곳의 물류창고에 오카다 솔루션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적용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이같은 소식에 오카도 주가는 올해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다만, 미국과 캐나다의 물류 환경과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땅이 넓고 주거지 간격이 넓은 북미 지역보다 오카다의 물류 솔루션이 주거 밀집형인 한국에서는 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은 배송 환경과 온라인 쇼핑 보편화 측면에서 영국과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특히 식료품 온라인 침투율이 아직 낮아 성장 여력이 큰 시장”이라며 “이런 특성 덕분에 식료품 배송에 최적화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은 국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오카다가 북미 시장에서 부진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롯데쇼핑 입장에서도, 오카다 입장에서도 한국 그로서리 물류 부문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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