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순증 4년간 2곳 그쳐…미국·중국·이스라엘·싱가포르 등 뒤쳐져
AI 중심 글로벌 흐름과 달리 소비재·유통 편중…성장 기간도 평균 9년

기업가치 10억달러(한화 약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인 ‘유니콘’ 기업 증가세가 한국에선 뚜렷한 둔화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IPO(기업공개)나 M&A 등으로 유니콘에서 이탈한 기업이 적지 않은 데 비해 신규 유니콘 배출은 둔화된 결과다.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3일 CB 인사이트의 글로벌 유니콘 명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한국 유니콘 기업은 13개로 세계 11위 규모다. 이는 1위인 미국(717개)및 2위 중국(151개)은 물론, 이스라엘(23개), 브라질(18개), 싱가포르(16개)보다 낮은 순위다.
◆ 코로나 이후 4년간 단 2곳 증가…둔화세 뚜렷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직후였던 2021년 11개의 유니콘을 보유했으나, 2025년에는 13개로 2곳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이 229개를 새로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증가 폭 기준으로는 최근 미국과의 분쟁 및 벤처시장 위축으로 19개가 줄어든 중국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낮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직방·버킷플레이스·리디·아이지에이웍스 등 4곳이 유니콘에 진입해 현재까지 유니콘 지위를 유지 중이다. 그러나 2022년엔 메가존클라우드와 트릿지 두 곳만 추가됐고, 2023년에는 현재까지 유니콘 지위를 유지한 기업이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2024년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2025년 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이 각각 1곳씩 등재되며 증가세는 4→2→0→1→1로 계단식 둔화를 보였다.
반면 2021년 이후 쿠팡과 크래프톤이 IPO로 ‘유니콘 졸업’을 했고, 2022~23년 사이 쏘카(IPO), 티몬(M&A 후 기업 회생 절차), 에이프로젠(구조조정) 등이 명단에서 이탈하면서 순증 규모는 더욱 줄었다. 결과적으로 2021~2025년 국내 유니콘 순증은 2개에 그쳤다.
◆AI 유니콘은 13곳 중 2곳…산업 구조 차이도 뚜렷
글로벌 유니콘 생태계가 AI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것과 달리, 한국 유니콘 기업의 산업 구조는 소비재·유통에 크게 치우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10개국 유니콘 중 AI·IT 솔루션 분야 비중은 36.3%로 가장 높았지만, 한국은 소비재·유통이 46.1%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직접적으로 AI와 관련된 주요사업을 운영하는 리벨리온과 메가존클라우드 2곳이다.
또 기업 설립 이후 유니콘까지 성장하는 데 걸린 평균 시간도 한국은 8.99년으로, 중국(6.27년), 미국(6.70년)보다 길어 성장 속도 역시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 “규제 낮추고 혁신거점 육성해야”
대한상의는 한국 유니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정책 실험을 허용하는 ‘메가 샌드박스’ 도입과 혁신거점 도시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의 관계자는 “신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포지티브 규제와 기업 성장 과정에서 규제가 더 늘어나는 ‘성장 페널티’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제도 혁신과 자본 유입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유니콘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