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경영학박사

"존경하는 박근혜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줄 알더라"

이건 무슨 소리인가. 이재명 열린민주당 대선후보가 존경하는 박근혜대통령이라는 말을 했다가 지지세력의 거센 항의를 받자 재빨리 둘러댄 것이다. 변명이 효과가 있었을까. "~라고 했더니 진짜인줄 알더라" 이런 패러디가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변명이  오히려 초강력폭탄이 된 것이다. 이재명후보는 이미 형수욕설로 핵폭탄급 언어폭탄을 사용한 전력이 있다. 요즘 현장을 누비며 자유발언을 이어가다보니 수시로 언어폭탄이 터진다.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나오자 유동규본부장은 수많은 직원중 한 명으로 절대 측근이 아니라고 잡아떼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하기관장을 본인이 임명해 놓고 측근이 아니라고 하는건 누가 보아도 납득하기 어렵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김문기 전처장이 자살하자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이라고 발뺌했지만 해외출장을 함께다닌 사진들이 나오고 있다.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들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뿐 아니라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국민의 힘 윤석열후보가 대학생들과 대화중에 나온 말이다. 즉각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을 비하한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그러자 윤후보 캠프쪽에서는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이 나오지않도록 잘 지원해야 한다는 의도로 한 말인데 일부 내용만 잘라서 공격하고 있다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엎지러진 물이다. 돈없고 학력 짧은 사람들에게는 이미 깊은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국민의 힘에 들어 왔다" 이 말은 자폭 수준이다. 자신을 대통령후보로 뽑아준 사람들이 한창 선거전을 펼치고있는 있는 시기에 할 말은 아니다. 선거캠프 관계자들도 당황했고 대변인도 명쾌한 해설을 하지 못했다.

대선후보들만 오발탄을 쏘아대는게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대표는 윤석열후보 부인 김건희씨가 사석에서 남편에게 반말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이를보니 막강한 영향력이 있어 만약 윤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김건희씨가 국정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초등학생도 웃을 유치한 말이다. 부부간에 반말하는게 국정운영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이 뉴스 댓글에는 촌철살인의 코멘트가 있다. "송대표 부인이 불쌍하다" 

여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여당 고민정의원은 언어폭탄을 수시로 터뜨리는 정치인이다. 자기가 나온 대학동문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원희룡 전제주도지사가 면책특권을 이용하려고 국회에서 발언했다고 물고 늘어졌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원희룡지사는 현직 국회의원이 아니라서 애당초 면책특권은 없었다. 
추미애의원도 언어폭탄을 자주 터뜨린다. 법무부장관시절부터 '소설을 쓰시네' '감히 명을 거역하고' 같은 역대급 언어폭탄을 사용하더니 요즘도 계속 터뜨리고 있다.  상대캠프에선 감사패라도 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야당에선 장제원의원, 조수진의원이 수시로 언어폭탄 논란에 휩싸인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중에도 종종 망언, 궤변 논란에 휘말리는 사람들이 있다. 방송인 김어준, 유시민작가, 황교익 음식평론가, 강용석변호사등이다.

선거전은 총칼로 하는게 아니라 말로 하는 것이다. 말로 많은 유권자를 설득시키고 공감시키는 후보에게 더 많은 표가 몰리게 된다. 말에서 호감이 느껴지려면 진실성이 있어야 하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유모어가 좋은 역할을 한다. 요즘 우리나라 정계에는 유모어는 완전 실종상태이고 살벌한 폭언이나 트집잡기씩 말싸움만 오고 간다. 

정치인들의 결정적 말실수를 오럴해저드라고 한다. 원래 해저드라는 말은 골프경기에서 물웅덩이나 모래웅덩이같은 장애물을 말한다. 빠지면 위기가 오고 손해를 본다. 그러니까 오럴해저드는 말실수를 해서 큰 손해를 보거나 곤경에 빠지는걸 의미한다. 정치인은 오럴해저드를 피해야 한다. 오럴해저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지, 흥분, 오만, 분노, 착각등 여러가지가 있다.

대선후보들과 당대표 그리고 캠프 핵심인사들이 연일 말로 사고를 치고 있으니 대변인의 임무는 해저드에 빠진 말을 꺼내는 일로 바뀌어 버렸다. '발언의 본래 취지는 이런겁니다'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해서 대변인이 수시로 부연설명해야 하는 이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 근본적 뿌리는 바로 지독한 편가르기 정치에 있다. 그동안 우리편 인사가 한 말은 무조건 감싸고 지지하니 망언하고 실언해도 큰 타격없이 지내올 수 있었다. 대통령을 제대로 뽑으려면 이런 편가르기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MZ세대라고 불리는 2030 신세대들의 태도는 비교적 명확하다. 아무리 우리편이라도 맞는건 맞는거고 틀린건 틀린 것이다. 대선후보가 큰 실언을 하면 예외없이 다음번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대폭 떨어지고 만다.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국민과 소통을 한다면서 말폭탄을 던지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소통언어의 모범이 있다. 역사드라마 '다모'에 나오는 명대사다. 대사는 짧지만 상대의 마음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소통은 이래야 한다. 머리와 머리가 만나면 두통이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소통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지금 국민의 마음은 아프고 아프다. 폭언 망언 허언하는 정치인들은 국민의 아픈 마음을 알고나 있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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