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상영회
'이퀄' 등 일본 해외공연도 실시간 중계

사진/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스틸컷
사진/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스틸컷

양손에 팝콘과 콜라를 들며, 영화를 보듯 실시간으로 뮤지컬을 관람한다. 극장이 기존 영화 콘텐츠에서 나아가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 스포츠를 상영한 지는 오래다.

그러나 현재의 극장은 시공의 벽을 넘어 누구나 쉽게 다양한 콘텐츠를 관람하도록 플랫폼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상영회가 열렸다. 서울 외에도 CGV 대구아카데미와 서면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뮤지컬은 같은 시각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무대와 극장이 하나의 작품을 동시에 다른 공간에서 똑같이 전파한 것이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인연과 환생, 그 사이에서 꽃 피는 사랑을 다룬다. 전생의 인연이 현생으로 이어져 육체의 껍데기에서 벗어나 상대가 어떤 모습을 하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다소 어려운 주제지만, 영화는 1983년과 2000년이라는 17년의 시공의 벽을 넘어 두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인연을 찾아가는지를 농밀하게 그린다. 그럼에도 모두 영화여서 가능했다. 오버랩이나 플래시백을 통해 시간의 경과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고, 이에 관객들은 두 남녀 주인공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두 남녀 주인공의 인연을 뮤지컬은 어떻게 풀어냈을까. 영화가 두 남녀 주인공인 인우(이병헌 분)와 태희(이은주 분)의 이야기에 집중한 것에 비해 뮤지컬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좀더 세밀하게 다뤘다. 현빈(여현수 분)과 혜주(홍수현 분)의 못다한 이야기도 새롭게 추가돼 이들의 감정선도 따라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학교상이었던 교사들의 '묻지마 폭행'도 뮤지컬은 새롭게 각색했다.  

아울러 영화 속 명장면과 명대사들을 살린 것 역시도 향수를 자극했다.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이냐"부터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등의 명대사들은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시감마저 준다. 신발끈부터 새끼손가락, 왈츠, 라이터 등 레토릭 역시도 몰입감을 높인다. 

그럼에도 10여 년의 시간을 두고, 인우와 태희의 이야기를 좇는 데에는 뮤지컬로서 한계가 있다. 가뜩이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비선형적 이야기인데다 자칫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들을 극장은 적확하게 채워 넣었다.

여러 인물들이 대화할 때는 대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거나 당김으로써 보다 인물들의 생생한 표정을 담아냈다. 단순히 풀쇼트로만 틀어주는 게 아닌, 마치 뮤지컬을 영화처럼 관람하듯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시간의 경과 역시도 스크린에서만 할 수 있는 오버랩이나, 인서트를 사용하며 보다 관객이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CGV 관계자는 "공연 전문 플랫폼인 메타씨어터와 2년 가까이 뮤지컬 실시간 중계를 작업해오면서 고객들이 관람하면서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계속해서 반영해왔다"며 "이를 토대로 어느 지점에서 고객들의 몰입을 이끌 필요한 쇼트나 효과 등을 생각해냈고, 극장에서도 실시간으로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GV는 2020년 9월부터 '광염소나타'를 시작으로, 메타시어터와 지속적으로 실시간 뮤지컬 중계를 이어왔다. '태양의 노래', '알타보이즈' 등도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에는 한걸음 나아가 일본 도쿄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이퀄'을 최초 생중계했다. 

CGV는 계속해서 극장이 다양한 콘텐츠를 상영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데 도전하기로 했다. 

CGV 관계자는 "극장에는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 장비는 물론 편리한 예매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며 "연극이나 오페라까지 진입 장벽이 높은 콘텐츠도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고객들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