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운용·도입…PBR 1 미만 종목 수혜 기대

일본 증시가 새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며 '거품 경제' 시절인 1989년 말 이래 최고 활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며 연일 상승가도를 달리는 일본 주식시장과는 달리 한국 증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인 일본과 미국 증시와 다르게 중국 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연일 고꾸라지자 금융당국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린 일본 정부의 정책을 벤치마킹해 증시 부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5일 금융당국·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 유관기관과 10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자사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소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요국과 비교해 터무니 없이 낮은 PBR로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고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상품지수 개발 및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PBR이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론적으로 이 순자산과 시가총액(시총)이 일치하면 PBR은 1이 된다. PBR이 1보다 낮은 기업은 기업의 청산가치가 시총보다 높다는 뜻으로 그만큼 해당 종목이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 상장사의 평균 PBR은 0.9배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4.58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41배)와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로 낮은 수치다.
특히나 한국 증시에서 저평가된 주로는 이마트(0.17배), 한국가스공사(0.19배), 롯데쇼핑(0.21배), 현대백화점(0.22배), HL D&I(0.22배), 현대제철(0.23배), BNK금융지주(0.23배) 등이 있다.
앞서 도쿄거래소는 지난해 3월 증시 부양을 위해 PBR이 1이 되지 않는 3300개 상장기업에 공문을 보내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 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라고 기업들을 압박했다. 만약 이런 방안들이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여전히 PBR이 1을 밑돈다면 상장폐지까지 시키겠다는 강경책까지 곁들였다.
효과는 확실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2월 29일 3만3464로 거래를 마쳤고 올해 4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상승세를 그리며 340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는 지난해 닛케이지수 상승 폭인 7369포인트의 약 46%에 해당한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4월 이후 9주 연속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으며 4월 3일부터 6월 2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4조5000억엔(40조7079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월간 기준 2조엔 이상 2개월 연속 순매수한 것은 아베노믹스 시행 첫해인 2013년 11~12월 이후 처음이다.
실제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연구기관에 일본 증시 부양책을 연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사례를 '전범(典範)'으로 삼아 국내 증시의 도약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미즈호리서치는 "도쿄거래소의 경영개선 요청에 따른 상장기업의 변화를 시장 참가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에 의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이 밝혀진 5월 이후 일본주가의 견조함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