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발표…'법인세 감면 인센티브' 내세워 소각 유도
자사주 많은 은행·증권·보험 강세…車·지주사 등 주목

PBR이 1배를 밑돌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많은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진/pixabay
PBR이 1배를 밑돌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많은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사진/pixabay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정부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기업들도 정책에 발맞춰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주가 부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돌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많은 종목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업 밸류업 참여 수단으로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은 부국증권(42.7%), 신영증권(36.2%), 대신증권(27.2%), 미래에셋생명(26.3%), 미래에셋증권(22.5%) 등으로 이들 상장사는 자사주 보유 비중 상위 4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증권·보험주를 이외에도 피혁원단 제조 기업 조광피혁 역시 자사주 보유 비중이 46.6%에 달한다.

올해는 벌써 20곳 안팎의 상장사가 3조3148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전년 같은 기간 상장사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3934억원으로 5곳의 상장사가 자사주 소각에 나섰을 뿐이며 그마저도 현대차(3154억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사주 소각은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를 내는데 선진국에서는 배당보다 더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보험주의 경우 자사주 소각 기대감이 커지며 지난달 24일부터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까지 KRX 보험지수와 증권지수가 각각 25.85%, 21.49% 상승했다.

주가도 연일 우상향을 그리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강세를 자랑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생명은 43% 급등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미래에셋증권(32%), 부국증권(18%), 신영증권(15%), 대신증권(1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에 대한 정확한 계획을 현재 말할 수는 없으나 신영증권은 항상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 왔으며 이를 위한 모든 방안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했다.

자사주 소각에 인색했던 상장사들의 태도는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이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다양한 주가 부양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시점부터 급변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지난해 전체 규모(4조7626억원)의 70%에 이르고 있다.

오는 26일 발표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은 기업이 스스로 가치를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개된 방안은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를 시가총액·업종별로 비교공시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 등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등이 있다.

정부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PBR이 낮은 업종에 자사주 소각을 독려하는 증시 부양책도 준비하고 있다. PBR이란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 대비 주가의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론적으로 이 순자산과 시가총액(시총)이 일치하면 PBR은 1배가 된다.

PBR이 1배보다 낮은 기업은 기업의 청산가치가 시총보다 높다는 뜻으로 그만큼 해당 종목이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부국증권(0.32배), 신영증권(0.36배), 대신증권(0.39배), 미래에셋증권(0.54배), 미래에셋생명(0.61배) 등의 PBR은 1배를 한창 밑돌고 있는 대표적인 저평가주다.

일본의 경우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이행률이 떨어지는 상장사의 경우 상장폐지도 불사하겠다는 초강경책을 내세웠으나 정부는 일본처럼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방향으로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을 유도할 방침이다. 현재는 자사주 소각에 적극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주환원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세제 인센티브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자사주 소각의 가장 적극적인 업계는 금융지주회사들이다. 은행주들은 시가총액 순위가 가장 높은 KB금융의 PBR이 0.55배밖에 되지 않는 만년 저PBR주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32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우리금융 역시 올해 138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소각하기로 했다.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1.2%(935만7960주)를 매입해 연내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지주도 지난해 5000억원 규모로 진행됐던 자사주 소각 규모를 올해 더 키운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에 힘입어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KRX 은행지수는 18.72% 상승했다.

개별 종목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금융 '대장주' KB금융의 주가는 같은 기간 30% 상승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28%), 신한지주(10%)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자랑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7936억원)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삼성물산(7677억원)의 경우 종가 기준 지난달 24일 11만7400원이었던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6일 16만3800원으로 오르며 한 달도 안 된 사이 주가가 40%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년 동안 PBR이 1배를 넘은 적이 없던 자동차 업종도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KRX 자동차지수는 21.62%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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