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판매하는 메디톡신(해외 제품명 뉴로녹스). 사진/메디톡스
해외에서 판매하는 메디톡신(해외 제품명 뉴로녹스). 사진/메디톡스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용 목적으로 주로 쓰이지만 수요가 한정돼 있는 국내 시장 특성상, 보툴리눔 톡신을 자체 개발·생산하는 기업들은 규모가 큰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메디톡스는 대표 제품인 '메디톡신'을 비롯해 계열사에서 개발한 '뉴럭스'와 필러 '뉴라미스' 등을 내세워 시장 구조 재편을 노리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미국·일본 등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수요가 높은 선진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기존 제품군에 더해 비동물성·액상형 톡신 제제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도 메디톡스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보툴리눔 톡신이 기본적으로 가루 형태로 개발돼 멸균 처리한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사용하는 것과 달리 액상형 제제는 액체 형태로 바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혐기성 세균인 보툴리눔균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경성 독소인 보툴리눔 독소(톡신)을 활용한 바이오의약품에 해당한다. 보툴리눔 톡신을 인체에 주입하면 신경 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억제함으로써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만 국내에서 쓰이는 국산·수입산 보툴리눔 톡신 상당수는 아직 동물성 제품이다. 통상적으로 보툴리눔 균주 배양이나 톡신 원액 제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이 사용되고 주요 부형제로는 사람혈청알부민(HSA)이 쓰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툴리눔 제제의 사용 시 해당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경우 투여 시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톡신 기업들은 제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을 배제한 비동물성 톡신 개발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알레르기 반응 등 의학적인 사유 외에도 비동물성 제품을 소비하고자 하는 수요층 역시 존재하기 때문이다. 

메디톡스 역시 제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과 사람혈청알부민을 배제해 동물 유래 바이러스의 감염 가능성을 차단한 'MT10109L'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다. MT10109L은 톡신 원액 제조 공정에서 화학처리 공정 횟수를 최소화해 유효 신경독소 단백질의 변성 가능성도 낮췄다.

메디톡스는 비동물성과 액상형 톡신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내세워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중등증·중증 미간주름과 눈가주름 개선을 적응증으로 하는 MT10109L의 허가신청서(BLA)를 접수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월 FDA가 품목허가 심사를 거절하면서 일부 제동은 불가피하게 됐다. 메디톡스는 추후 협의를 진행해 보완된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미국 외에 MT10109L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시장은 일본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1월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허가를 위한 임상 사전 작업에 돌입한 바 있다.

오는 2028년 허가 획득을 목표로 하는 MT10109L이 승인을 받으면 국내 기업 최초로 일본에서 정식 허가를 획득하게 된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은 약 640억엔(5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이 약 20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큰 수준이다.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하면 장기적인 매출 증대도 기대해볼 수 있다. 공시보고서 기준 메디톡스의 지난해 톡신·필러 부분 매출은 19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7.6%를 차지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11억원과 1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꾸준히 개척할 필요도 있다. 

메디톡스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약 120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4.50%를 차지한다. 국내 매출이 731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내수 대비 약 1.65배 수준이다. 사실상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거의 포화 상태로 경쟁사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미국 법인 '루반타스'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진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루반타스는 향후 MT10109L이 허가를 획득하면 미국·캐나다 등 현지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할 예정이다. 뉴라미스·뉴라덤 등 다른 제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맡게 된다. 

또한 메디톡신 외에도 계열사 뉴메코가 개발한 차세대 톡신 '뉴럭스'의 해외 공략도 활발히 진행한다. 지난해 중국 시장을 겨냥해 메디톡신 대신 뉴럭스의 허가 획득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당시 메디톡스는 시장의 성장세를 고려해 최신 제조공정을 갖추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뉴럭스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럭스 역시 원액 생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을 배제하고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공정을 적용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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