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택 대표 “B2B→B2C→글로벌로 시장 넓혀가는 중”

이용택 동성식품 대표
이용택 동성식품 대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력을 갖추는 것은 이제 당연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가진 가치를 극대화하고 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게 중요하지요."

8일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용택 동성식품 대표(49)는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제품 경쟁력은 당연한 것'이라는 자신감에선 그동안 기울였을 수많은 노력과 수준 높은 노하우가 느껴졌다.

'동성식품'이라는 회사명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러 본 사람이라면 이 회사의 제품을 한 번쯤 맛보았을 것이다. 동성식품은 정통 사누끼 우동 브랜드 '향미암'을 통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우동을 납품한 최초의 식품기업이기 때문이다. 동성식품은 B2B시장에서 인정받은 제품력을 바탕으로 생면류, 떡류 케이터링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통·전문 기술로 만들어 고객 입소문

"동성식품은 경쟁력 있는 면·떡 제조를 위해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술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메뉴 트렌드를 분석하고 니즈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고 생산하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지요. 환경변화에 대응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변신하고 성장을 통해 진화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1987년 설립된 B2B전문 동성식품은 면류와 떡류 제조 및 유통전문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점으로 납품하던 회사에서 대기업 케이터링·유명 프랜차이즈와 협업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군납, 수출 등을 통해 식자재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창립 37주년을 맞은 동성식품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굵직한 어려움을 겪으며 내실을 다져 현재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성식품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경쟁력은 화려한 기교나 마케팅이 아닌 '전통'에 있다. 떡의 경우, 쌀을 불린 다음 분쇄 과정을 거쳐 그 쌀가루를 찌는 전통 시루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처음부터 쌀가루를 공급받아서 공장형 제조를 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고 설비도 크게 줄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떡이 딱딱해져서 식감이 좋지 않습니다. 전통 방식이 판매가가 좀 더 비싸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우동 면의 경우에는 까다롭고 철저한 위생 관리 속에서 최적의 배함으로 쉽게 불지 않는 면발을 개발·제조하고 있습니다. 냉동면이라고 해서 뚝뚝 끊어지는 게 아니라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우동 국물도 가쓰오부시와 다시마를 활용한 황금 비율로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지요."

동성식품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최근 유통 채널 '쿡탁'을 통해 조금씩 입소문을 타며 까다로운 MZ세대의 입맛까지 공략하고 있다.

우동전문 외식 브랜드 '향미암'. 사진/동성식품 홈페이지 화면 캡처
우동전문 외식 브랜드 '향미암'. 사진/동성식품 홈페이지 화면 캡처

▲28살에 맡은 대표직…'위기'로 '강함' 만들어

동성식품이 식품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기까지 순탄한 길만 펼쳐진 건 아니었다.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두산에 재직 중 창립자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28살 나이에 집안과 회사 경영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게 됐다.

"아버지가 간암 진단 후 6개월 만에 돌아가셨는데, 당시 회사 상황이 매우 안 좋았습니다. 집까지 회사 담보로 들어가 있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이 길로 뛰어들었어요. 하지만 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서 처음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기업에서 직장인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식품회사 대표가 되니 정신이 없었어요. 학교에서 배운 경영학이 무색할 만큼 실전에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5~6년은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체계를 잡는 데 시간을 쏟은 것 같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힘들었지만, 가장 큰 위기는 '코로나19'였어요. 3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2년 동안 매월 적자를 보면서 회사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어요. 전국 휴게소에는 식사금지명령이 떨어졌고, 프랜차이즈나 단체 급식 납품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지요. B2B기업 특성상 온라인 유통을 통해 소비자들을 만날 수 없으니 판매도 크게 줄었죠. 사업 구조조정과 거래처 정리 등 필사적인 재정비를 해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견디던 중 천만다행으로 코로나가 끝나면서 그 2년 동안의 적자를 드디어 작년에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위기'를 경영 스승으로 삼아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며 철학자 니체의 저서에서 사업 방향을 찾았다고 말했다.

"니체가 쓴 '새로운 나를 만나고 싶다면 과거의 나를 다 부숴라'라는 글귀를 읽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걸 다 바꾸기 시작했어요. 회의 때 상석에 앉았던 습관부터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두 바꿨죠. 이후 사업구조와 조직구조 개편으로 실질적인 수익 개선을 이루면서 내실 있는 경쟁력을 갖춰 나갔고 지난해에 영업이익이 50%나 개선되는 엄청난 결실을 거뒀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지만 얻은 것도 있습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B2B가 지닌 한계를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B2C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떡 제품만 팔았다면, 간편조리식품처럼 떡볶이 소스를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사랑과 선택을 받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결국 해낸다면 그만큼 큰 보람과 자긍심은 없겠지요."

▲기업 가치 올리는 건 직원들…글로벌 진출도 계획

"제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가족과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거지요. 반대로 말하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그 제품을 생각하고 만드는 직원들이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회사의 방향을 잡는 건 대표의 몫이지만 결국 그 회사를 성장시키는 건 직원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지요."

이 대표는 130여명의 직원들에게 막연한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 인상과 복지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회사 차원에서 이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 가치는 현재 가치에 미래 스토리를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회사의 미래는 결국 직원들에게 달려 있고, 회사는 그 직원들을 스타로 만드는 스타 매니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매출이라는 껍데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수익률과 실속 위주의 경영을 할 것"이라며 "기존에 해 왔던 면류·떡류 사업을 강화하면서 연관 제품인 파스타 면을 생산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미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향후 수출을 더 우선적으로 하고 내년부터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제품을 알리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고객에게 K-푸드를 소개하고 세계인이 함께 먹고 즐길 수 있는 전문회사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