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만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제형 다변화나 제품 도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주사 제형 외에도 경구제형이나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의 연구개발(R&D)도 활발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1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다. JP모건리서치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를 약 4조원 수준으로 집계하고 오는 2030년에는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시장에서 각광받는 비만 치료제는 대부분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인슐린 분비나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기전이 있어 당뇨 치료제로 쓰였으나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 효과 등이 보고돼 비만까지 영역을 넓혔다.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로도 사용되는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세 제품 모두 펜 형태의 주사제형으로 개발됐다. 세 제품 중 비만 치료제로는 유일하게 국내에 도입된 삭센다의 경우 하루 1회 자가 주사가 가능하다. 다만 보관에 유의해야 하고 환자가 직접 주사하는 형태인 만큼 관리에 유의하지 않으면 감염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의 경우 국내 도입이 논의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제품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도입 시기가 미뤄지는 모양새다.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공장을 증설하는 등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비만 치료제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도입에 나선 제약사도 있다. 한독은 인도 바이오콘과 리라글루티드의 국내 독점 판매·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독 관계자는 "삭센다의 특허 만료 후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제품을 들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삭센다의 물질특허는 지난해 12월 만료됐지만 노보 노디스크가 동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인 '빅토자'의 특허 기간을 올해 6월까지로 연장하는 데 성공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삭센다의 특허 만료도 6개월 미뤄진 셈이다.
펩진은 바이오플러스와 공동으로 삭센다와 위고비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삭센다 바이오시밀러를 우선 출시하고 위고비 바이오시밀러 역시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춰 시장에 내놓겠다는 목표다.
환자의 복약순응도를 고려해 경구제형이나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 다른 제형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경구제형 비만 치료제의 경우 펜터민 등 성분을 활용한 향정신성 계열의 식욕억제제다. 다만 주요 성분이 마약류로 분류될 만큼 약물 의존도나 내성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보다 안전한 치료제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이다.
일동제약은 R&D 전문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경구용 비만 치료제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ID110521156은 화합물 기반 합성의약품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점은 동일하다. 현재 비만과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DX&VX 역시 경구용 저분자 GLP-1RA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DX&VX 공시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해당 파이프라인은 전임상 단계로 1일 1회 경구 복용 가능한 유기화합물 제제다.
샤페론과 삼천당제약·디앤디파마텍 역시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샤페론은 '누베신'의 전임상을 진행 중이며 삼천당제약은 'SCD0506'의 비임상을 마치고 본격적인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외에도 삼중작용 비만 치료제를 동시 개발하는 단계다.
다만 경구제형의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존재한다. GLP-1 계열 치료제는 경구제형으로 복용하면 주사제형 대비 약물의 체내 흡수율이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펩타이드 등 바이오의약품이 아닌 합성의약품 형태의 개발도 활발한 상황이다.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 치료제의 경우 대원제약과 라파스가 공동 개발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치료제 'DW-1022'가 임상 1상에 진입해 가장 앞선 상황이다. DW-1022는 세마글루타이드 제제로 GLP-1 계열 성분이 경구 투여할 경우 생체이용률이 낮다는 점을 보완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경우 기존 주사제 대비 상온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자가 주사 시의 통증이나 환자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웅제약 역시 계열사 대웅테라퓨틱스가 비임상을 마친 GLP-1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의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다. 가압 건조 공정 방식을 적용한 1주일 1회 사용 치료제로 오는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동아ST 역시 지난해 2월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주빅과 당뇨·비만 치료를 위한 마이크니들 패치 공동 R&D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 비임상 단계로 향후 결과에 따라 임상을 준비할 예정이다.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비급여 의약품인 만큼 기본 가격대도 높은 편이다. 삭센다의 경우 평균적으로 10만원 중후반대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비만에 대한 시장 인식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바뀌면서 환자 수요가 증가하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상대적으로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주목받는 이유도 일반 주사나 경구제형 대비 환자 편의가 높고 주 1회 정도의 간격을 두고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선두 주자의 시장 진입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