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규 그립 대표 "디지털 전환은 단순 IT 기술 아닌 생존"
"디지털 전환(DX)에 나서지 않으면 전통산업은 더는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습니다.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같은 규제는 나날이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회사는 지속 경영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DX는 이제 단순한 IT(정보기술) 용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용어입니다."
◆ 산업안전 디지털화·스마트 교실 선두 주자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만난 그립 정연규 대표이사는 "그립은 기업의 DX를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UI(사용자 환경), UX(사용자 경험) 등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면서 "전통산업에 필요한 DX 토탈 솔루션을 패지키화 한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돕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립은 여러 가지 특허 기술을 활용해 현재는 두 가지 분야에서 DX의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첫 번째는 먼저 산업안전 분야에서의 DX다.
정 대표는 "산업안전도 일단 범위가 되게 넓은데 공사장의 경우에는 헬멧을 썼는지, 크레인·지게차 등의 위험에 대비했는지, 또 다른 산업현장은 화재나 사고 등에 방지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때 대부분의 사업장은 CC(폐쇄회로)TV를 달아놓는 선에서 그치는데 이는 24시간 CCTV를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지어 CCTV가 없는 곳도 있으며 있더라도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화질이 안 좋으면 (모니터링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그립은 다양한 IoT(사물 인터넷) 센서로 이상징후를 먼저 감지해 발견한 후 AI(인공지능) 기술 등으로 이상 현상 발생 시 담당자에게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그립은 DX 기술을 공장뿐만 아니라 지자체, 학교까지 확장하고 있다. 정 대표가 말한 두 번째 분야도 바로 학교와 관련된 사업인 '스마트 교실'이다.
정 대표는 "교육부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 AI 교과서 보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하드웨어의 수요가 부쩍 늘어났으나 현재는 태블릿이나 전자칠판 등 교실에서 사용하는 전자기기들의 OS(운영체제)가 달라 보급률이 50%가 넘어도 활용이 잘 안되고 있다"며 "그립은 호환이 잘 되는 하드웨어들을 따로 플랫폼화시켜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에는 글로컬 교육 박람회에서 기술들을 시연했고 현재는 전남 교육청에서 시범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인천, 제주 교육청과도 도입 계약을 마친 상황이다.
정 대표는 "그립의 스마트 교실 기술을 사용하면 교실의 온·습도를 시간별로 조절 할 수 있고 블라인드, 조명 등을 자동화시켜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교육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며 "현재는 LG와 협업해 스마트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플랫폼은 공장을 짓는 것…직원 70%가 개발자
정 대표는 "플랫폼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이 데이터를 분류, 보관, 배송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그립은 대기업에서 퇴직했으나 실무를 놓지 않은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해 회사의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는 직원의 70%가 개발자인데 하드웨어, 통신, 서버 분야의 유능한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고 UI·UX, 그래픽 분야의 기술자들까지 모두 데리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은 대기업의 퀄리티에 맞는 기술과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현장 경험이 부족해서라는 점이 정 대표의 지론이다. 현장에 나가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가 정말 많은데 직원들의 경험으로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정 대표는 소회했다.
정 대표는 "3년 이내 IPO(기업공개) 계획도 가지고 있다"며 "IPO를 통해 직원들이 회사의 지분을 갖게 되면 그만큼의 보람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립은 현재 국내 특허가 20건, 해외 특허가 3건이 등록돼 있으며 전체 출원까지 합하면 34건에 이른다"며 "돈을 버는 일도 물론 중요하나 국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