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수의계약 실패시 청산 검토"

메리츠화재의 품에 안기는 듯했던 MG손해보험의 거취가 다시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국정감사에서 매각 특혜 의혹이 불거진 데다 우량자산만을 인수하는 P&A(계약이전) 매각이 점쳐지면서 MG손보의 노조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MG손보의 매각 주체 예금보험공사와 금융당국은 매각 과정에서 메리츠화재에 일방적으로 특혜를 안겨준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으나 MG손보 매각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예보가 청산 절차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현재 진행 중인 MG손보 매각 수의계약과 관련해 이르면 이번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수의계약 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PEF)인 데일리파트너스가 참여했으나 시장에서는 사실상 메리츠화재를 MG손보의 새 주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금융위원회와 예보를 상대로 진행한 국감 당시 야권 일각에서 주장한 MG손보 매각 관련 논란을 의식해 오는 24일 종합국감 이후로 발표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2022년 1월 지급여력비율이 보험업법상 최소 요구 기준인 100%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MG손보의 지분을 92.77% 보유한 대주주 JC파트너스는 이후 매각 주도권을 예보에 넘겨줬다.
전날 오후 진행된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금융위와 예보가 경영 총괄 책임을 맡은 뒤 지급여력비율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누구의 책임이냐"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유재훈 예보 사장은 "회사 경영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우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이 금융위로부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기 직전인 2022년 3월만 해도 69.3%였다가 올해 6월 36.5%로 하락했다며 예보가 경영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네 번의 매각 시도에서도 MG손보가 주인을 찾지 못하자 예보는 MG손보 매각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수의계약이란 경쟁계약에 의하지 않고 임의로 상대를 선정해 체결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같은 조건으로 진행되는 동일 차수 재공고에서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으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수의계약이 사실상 메리츠화재에 MG손보를 넘겨주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10일 정무위 국감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시장에서는 메리츠화재가 수의계약을 받을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건전한 자산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메리츠화재에 1조원이 넘는 기회 이익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메리츠화재는 3차 유찰 당시 서류 미비로 낙찰을 못 받았던 회사인데 이번 수의계약에서는 서류 보완을 이유로 기한을 연장해줬다"며 "서류 준비가 안 됐으면 탈락시켜야 하는데 왜 연장을 해줬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법령에 따라 매각 절차를 진행한 것이며 (MG손보 매각은) 3차에 걸쳐 모두 유찰됐다”며 "그러면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한 연장을 했다는 부분은 메리츠화재의 특혜가 아니라 원래 기한 내에 접수를 한 곳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라며 "또 추석 연휴하고 겹쳤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기한을 연장한 것이라 어떤 고려나 특혜 없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입방아에까지 오르내리면서 매각 부담이 커진 MG손보는 설상가상 노조의 격한 반발에 직면하기까지 했다. 예보가 추진 중인 P&A 방식이 문제가 됐는데 P&A는 MG손보의 보험계약, 우량자산 등만을 이전받는 방식이다. 노조는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P&A 방식의 매각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는 "메리츠화재가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우량 자산 인수, 예보 자금지원만을 목적으로 참여해 인수될 경우 7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협에 놓인다"고 반발했다.
이번에도 MG손보의 새 주인 찾기가 실패로 끝난다면 예보가 청산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산 절차를 밟으면 MG손보와 진행한 고객 계약은 종료되고 고객은 예금보험 한도인 5000만원 내에서 보험금을 돌려받는다. 다만 업계에서는 청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는 않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피해 규모나 M&A(인수·합병)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청산은 어렵다"며 "M&A는 매각 당사자(기업)들 말고도 사회적인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 결국 MG손보는 메리츠화재가 인수하고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청산이란 곧 보험사가 사라진다는 뜻인데 그렇게 되면 해당 보험사가 가지고 있던 기존 보험계약들이 타 보험사로 이전되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보험 소비자의 피해가 불거질 수 있고 기존 보험사들도 반기지 않을 텐데 당국도 그 상황까지 가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