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수준 임박…외국인 우려 못막으면 1500원 전망도
중소기업 아우성…환율 1% 오르면 영업이익 0.36%p 줄어

원달러 환율이 결국 1470원도 넘어섰다. 탄핵 정국 속 여야의 극한 대치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환율 고공행진으로 물가와 경기에 대한 우려도 커져만 가고 있다. 1500원 환율도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면서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킬 만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1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9원 오른 1475.5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상승한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5분께 1470원을 넘었다. 장 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에서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1460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이 요구한 헌법재판관 임명권 거부를 시사하면서 야당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을 발의했고 국내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자 환율도 같이 널뛰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1450원 초반대에서 국민연금 헤지 물량이 환율 추가 상승을 방어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헤지 물량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환율이 1460원대에 안착했다"며 "탄핵 정국과 관련해 외국인의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인데 원래 국회 의결로 탄핵 리스크가 조기 매듭 지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 국가 신인도 및 외국인 자금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한국 CDS 프리미엄은 물론 국내 신용 스프레드가 완만하나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음은 외국인이 바라보고 있는 한국에 대한 시각이 악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국내 경기, 특히 내수 경기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하고 있음도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기준 달러와 비교한 원화의 가치는 연초 이후 12.69% 급락하며 낙폭이 두드러졌다. 엔화(-11.04%), 유로화(-5.59%), 위안화(-2.80%), 파운드화(-1.19%) 등 주요국 통화와 대비해도 하락 폭이 작지 않다.
환율 상승에 가장 피해가 막심한 분야는 중소기업이다. 자체적인 환헤지 인력과 해외 생산기지를 보유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고환율에 대응할 인력을 따로 두고 있지도 않으며 중간재를 수입한 이후 가공해 대기업에 납품하거나 해외에 판매해야 하는 사업 구조상 환율 위기에 더욱 취약하다. 산업연구원은 환율이 10% 오를 때 대기업은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떨어지나 중소기업은 환율이 1%만 올라도 영업이익률이 0.36%포인트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겨우 진정시켜 놓은 인플레이션도 다시 고개를 치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너지·곡물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고환율은 물가를 자극하는 최악의 요인이다. 11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10월(123.47)보다 0.6% 오른 124.15(2020년=100)로 집계됐다. 지난 4윌(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환율까지 치솟는다면 수입업체는 더 높은 가격에 물건을 사들일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귀결된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환율 상승 영향은 원화 기준 수입물가에 반영되면서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나 소비자물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세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외국인들이 가진 한국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빨리 지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만약 정치적 불확실성이 현재보다 확대되고 장기화한다면 환율이 1500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까지 더해졌다.
박 연구원은 "당장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가 선제 돼야 할 것"이라며 "역으로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한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이 현실이다"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