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 전망 후퇴는 불안 요소…12월 CPI 상승 가능성도

지난주 국내 증시는 20주 만에 귀환한 외국인 자금의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3주 연속 상승했다.
그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정치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나면서 투자심리가 안정을 되찾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5'가 대형 반도체들의 주가를 밀어 올렸다.
이번 주 증시는 외국인 수급 개선과 반도체주 회복 양상에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개최에 따른 제약·바이오주에 훈풍도 기대된다. 그러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데다 조금씩 안정되는 듯했던 금융 환경이 재차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만큼 일각에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73.86포인트(3.02%) 상승한 2515.78을 기록하며 3주 연속 상승에 성공했다.
지수는 12월 수출 호조와 외환 보유고 안정, 환율 급등세 진정, 미국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지수 서프라이즈 등 우호적 환경 속에서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상승세를 탔다.
미국 증시가 고평가 부담과 정책 우려로 과열 해소 국면에 진입하자 시작된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외국인들이 저평가된 코스피를 다시 주목했다.
'CES 2025'를 계기로 AI(인공지능) 관련주가 주목받은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하루 10% 가까이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4분기 '어닝쇼크'를 발표한 날도 저점을 통과 중이라는 평가에 오히려 3% 이상 올랐다.
지난주(6~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4924억원을 사들이며 지난해 8월 마지막 주 이후 무려 19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순매도 기록을 마무리했다.
개인은 1조1163억원을 팔아치우며 3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고 기관도 7705억원 규모로 3주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기기(11.19%), 기계·장비(8.70%), 운송장비·부품(6.47%) 등이 강세를 자랑했고 금속(-2.96%), 통신(-1.15%), 섬유·의류(-0.37%) 등은 약세를 나타냈다.
코스닥지수는 전주보다 12.13포인트(1.71%) 오른 717.89로 2주 연속 상승했다.
이번 주 증시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를 계기로 대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올해 들어 불과 7거래일 만에 1조5000억원이 넘는 순매수액을 기록했고 이 기간 5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이제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가 밸류에이션 콜을 할 수 있는 증시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며 "이제는 지수 하단에 대한 고민보다는 어느 지점에서 상단 저항을 받을까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갔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외국인 매수세가 SK하이닉스(9610억원)와 삼성전자(2370억원)에 집중되면서 반도체주가 회복세를 띠는 점도 증시 전반에 온기를 입히고 있다.
13~16일(현지시간)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제약·바이오주에 모멘텀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이 메인 세션에서 발표에 나서는 등 다수 국내 기업이 참가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와의 제휴 등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불안 요소가 아직 남은 만큼 분위기에 올라타는 대신 방어적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최 대행의 경고 이후 미국 12월 고용지표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금리 인하 전망이 크게 후퇴했다. 일각에선 올해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자 뉴욕증시는 지난주 말(10일) 일제히 1% 넘게 급락했다. 미 국채 금리는 10년물은 4.8% 가까이 치솟고 달러 인덱스는 110포인트 목전까지 급등했다.
1460원대에서 횡보하던 원달러 환율도 11일 오전 다시 1470원을 돌파했다.
오는 15일 공개되는 미국 12월 CPI(소비자물가지수)도 최근 유가 반등세와 견조한 임금 지표 등을 고려하면 상승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외국인 순매수세의 지속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다올투자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미국에서 거래되는 한국 ETF(상장지수펀드)의 수급에서 아직 의미 있는 매수세 유입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와 반도체 업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도 현재 진행형이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전망치를 2440∼2570으로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