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익 2조 돌파·주당 4500원 배당에도 실망한 시장
보험손익 6451억 달하고 구체적인 밸류업 계획 없어

삼성생명 서초사옥.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 서초사옥. 사진/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주당배당금을 상향했음에도 시장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분기 실적이 전망을 크게 하회했고, 구체적 밸류업 정책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106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보험에서는 부진했지만 투자손익이 크게 개선된 결과다 주당배당금은 4500원으로 책정했는데 역대 최대 규모로, 총 배당금액은 8080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실적에도 시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배당연금보험에서 30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자본건전성 지표인 킥스(K-ICS) 비율이 악화되면서다. 밸류업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놓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 하향조정에 나섰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지배주주순이익은 647억원으로 컨센서스를 70.6% 하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85.5% 감소한 수치다. 

보험손익에서는 6451억원 적자가 났다. 원수 보험금 예실차에서 923억원, 사업비 예실차에서 1968억원, 미지급금 증가로 인한 경험통계 반영으로 발생한 조정비용 1873억원, 유배당 연금 지급률 상향으로 인한 손실부담계약 3000억원, 해지 계약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론 변경으로 인한 손실부담계약 1300억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비경상 요인으로 판단되는 적자가 4373억원에 달한다. 

컨퍼런스콜에서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은 "유배당 연금의 기대수명이 개선되면서 지급금이 늘고 있다"라며 "향후에도 연 2000억~3000억원 정도의 손실부담 계약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배당 연금보험은 2000년대에 판매가 중단된 상품으로, 회사가 주식·채권에 투자해 얻은 이익 일부를 정기적으로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연 6~7%의 수익이 보장되는데, 남아있는 가입자들의 기대수명이 늘며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증가하고 있다. 

자본건전성을 나태내는 킥스(K-ICS) 비율도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예상 킥스 비율은 180%다. 이는 전년 219% 대비 39%p(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전 분기 194% 대비로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평균 킥스 비율인 211.7%에도 크게 미달된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목표치는 190% 수준이다.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시장금리와 삼성전자의 주가가 동반 하락하며 떨어졌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나타낸다. 가용자본은 보험사의 자기자본, 요구자본은 위험요인으로 지급해야 할 자본감소 규모를 추정한 값이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시가로 평가되는 보험부채가 늘어나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줄어든다. 삼성생명의 경우에는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약 42조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대규모 평가손실이 발생해 자본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함께 반영됐다. 

킥스 비율 개선을 위해 삼성생명은 자본으로 인식되는 자본성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밸류업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었던 것도 시장의 실망감을 키웠다. 삼성생명은 주당배당금으로 4500원을 책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에 나선다. 그럼에도 자사주 소각이나 CET1 목표와 같은 밸류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박혜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실적이 부진하여 4500원으로 결의된 주당배당금(DPS) 역시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었음에도 자사주 소각이나 밸류업 관련 시기나 방법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3~4년 내 배당성향 50% 목표만 반복했다"라며 "현재 주가는 주주 환원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는 바 조속한 밸류업 공시를 통해 시장 기대를 충족했으면 한다"고 짚었다. 

강승건 KB금융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4.0% 하향조정하며 "2025년은 보험손익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다만 유비당연금계약 관련 손실부담계약 부담의 경우 2025년에도 손익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를 반영하여 2025년 지배주주순이익 전망치를 2.24조원으로 직전 대비 3.2% 하향한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7조운 소각에 대해 선제적 삼성전자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화재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서는 추가 지분 매입 계획이 없고 양사의 경영 등에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지분율 20%를 넘기면 지분법에 의해 삼성화재의 영업이익 일부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 지분을 직접 매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향후 삼성화재의 주주환원 정책에 신규 자사주 매입/소각이 포함된다면 지분법 적용 관련 충분한 지분율 확보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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