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기준금리 3.00%에서 2.75%로 인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9%에서 1.5%로 하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연 2.75%로 0.25%p(포인트) 낮췄다. 고환율이 지속되고 있지만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고,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내수 진작이 더욱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25일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인하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9%에서 1.5%로 0.4%p 낮췄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정부의 관세 정책과 계엄 이후 국내 정치 불안 등이 반영됐다. 

한은은 이같은 대내외적 환경에서 시중에 돈을 풀어 민간 소비·투자 등 내수를 살려야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금리인하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0.25%p 인하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3년여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쪽으로 선회한 이후 11월 추가 인하에 이은 세 번째다. 금통위가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연속 인하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경기 부진과 성장 부진의 징후가 뚜렷해졌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까지 겹치며 내수 위축 우려가 더욱 커지며 금리인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난달에도 금리인하 압박이 높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490원대에 달하고 국내 정치 불안이 계속되며 금통위는 동결을 결정했다. 

당시에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게 당연하다"라면서도 "계엄 등 정치적 이유로 원달러 환율이 30월 정도 펀더멘탈에 비해 더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판단하는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금리 동결 이후에도 경기·성장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쁜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트럼프 정부가 주도하는 관세전쟁 위험도 고조되면서 이번 금통위에서는 금리인하가 예상됐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국 혼란까지 겹쳐 당초 한은 전망치(2.2%)보다 0.2%p나 낮은 2.0%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의 영향으로 3분기와 같은 0.1%에 머물며 반등에 실패했다.

또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인 자동차·반도체 등에까지 미국이 10∼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전망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6%로 내렸다. 계엄 사태 전까지 2.0%로 전망하던 해외 투자은행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6% 부근까지 낮춰 잡고 있다. 

한은 역시 이 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렸다. 

한편, 최근 세계 여러 나라들도 미국의 관세 정책과 자국 내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는 추세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 18일 4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p 낮췄고, 인도중앙은행(RBI)도 지난 7일 약 5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렸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는 멕시코중앙은행은 지난 6일 4년여 만에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선 가운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계속되면 금리 역전 현상으로 인한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미국이 계속 금리를 안 낮추면, 현재 한국과 미국 간 금리차가 상당히 큰 상황에서 환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날 기준금리 인하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차는 1.50%p에서 1.75%p로 다시 벌어졌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